김지숙 대전공고 교사

 

“자, 1번 2번 중 한 곳에 손을 들어 주세요… 네, 2번에 더 손을 들어주셔서 2번 선생님이 4강에 진출합니다!”
네 차례에 걸친 예선으로 4강 진출 네 팀을 선정했다.
‘교사독서모임에서 온전히 책에 집중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운영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인나미 아쓰시의 ‘1만권 독서법’을 읽다가 방법을 찾았다.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습니다’라며 작가는 ‘한 줄 샘플링-한 줄 에센스-리뷰’의 단계를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발췌해둔 인용 목록(한 줄 샘플링) 중에서 ‘내가 읽은 이 책의 모든 가치는 바로 이 한 줄에 집약돼 있다’라고 할 수 있는 한 문장(한 줄 에센스)을 선택하고 ‘왜 이 한 줄에 감동했는가’의 관점에서 기록(리뷰)하라는 세부적인 방법에 주목했다.

이 달의 선정도서인 김용택의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를 독서모임 선생님들께 드리면서 인덱스용 스티커를 함께 드렸다. 읽으시면서 ‘한 줄 샘플링’하시라는 용도다.
모임 장소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의 책마다 손 내민 알록달록 스티커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책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나만 그랬나요?”라며 걱정하시는 분께 동감의 말들을 건네며 “이번 모임은 리그전으로 진행합니다. 먼저 한 분씩 제비를 뽑겠습니다”로 모임을 시작했다.
앞면에는 숫자를, 뒷면에는 ‘한 줄 에센스’와 ‘리뷰’를 적을 수 있는 양식을 인쇄해 제비로 만들었다. 설레듯 제비를 뽑고 책을 이리저리 살피며 한 개만 골라야 하는 얼굴들에서 행복한 고민이 느껴졌다.

“먼저 1번과 2번 선생님께서 선택하신 한 줄과 선택하신 이유를 이야기해 주시면, 다 들은 뒤 손을 들어 한 분을 선정하겠습니다.”
상품을 준비하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에도 불구하고 한 분도 빠짐없이 오로지 책에 대해,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시는 모습들이 참 곱다.

‘힘을 빼라,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담아라, 내 생활 잘 가고 있는가, 행복 위해 행복을 빼앗기고 있다’ 등의 다양한 ‘한 줄 에센스’와 함께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리뷰, ‘2번을 읽었는데, 내 상태에 따라 글이 달리 읽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독서경험, ‘같은 책을 읽고도 선택한 곳이 다 달라서 신기해요.’라는 모임 후기까지 나누며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들도 모임을 꽉 채웠다. 패자 없는 리그전으로, 책으로 벌인 조용한 잔치였다.

‘삶이 예술이다. 일상을 존중하라.’는 한 줄에 ‘독서는 삶이다.’, ‘독서는 예술이다.’라는 리뷰를 달아본다. 독서하는 삶은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 독서모임은 예술가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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