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5월 3주차 브리핑>

경기지사 선거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한국당 후보, 경남지사 선거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후보, 대전시장 선거 허태정 민주당 후보와 박성효 한국당 후보.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地選 선두주자와 ‘네거티브’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부문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세상 그 누구도 그녀에게 찬사와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메달 도둑’. 실력으로 자신이 왕좌에 오를 만한 사람임을 입증하지 못한 그녀는 결국 그렇게 불명예스러운 칭호만을 얻은 채 세계 피겨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다.

- 왕관은 일견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자리를 상징해주는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그에 뒤따르는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망각하곤 한다. 그래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격언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둔 지금, 전국의 각 격전지에서마다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도 어쩌면 이 격언이 내포하고 있는 승자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 6·13 지방선거가 네거티브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 중 한 곳이 경기지사 선거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에서 열세를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가 먼저 포문은 열었다. 남 후보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욕설 파일을 언급하며, 음성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이재명 후보 캠프 측에서는 1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 후보가 음성파일을 공개하면 당선된다 하더라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며 엄중 대처입장을 내놓았다. 이 후보가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에 대해 꺼내든 해법은 ‘선거 원천무효 압박’이었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네거티브를 하는 것일 텐데, 그렇게 해서 당선돼 봐야 끌려 내려질 테니 자중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 경기지사 선거 못지않게 네거티브가 불붙고 있는 곳이 또 한 곳 있다. 경남지사 선거다. 경기지사 선거가 후보자 간의 공방이라면, 경남지사 선거의 네거티브는 언론과의 팀매치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의혹의 당사자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드루킹’이 18일 조선일보에 옥중편지를 보내 '김경수에 속았다'고 주장하면서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물론이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까지 한목소리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스스로 떳떳하므로 특검뿐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받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여야는 특검에 합의하고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 특검법을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예결위 파행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법안 통과가 미뤄진 상태다. 김 후보는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오히려 네거티브로 인한 반사이익마저 얻고 있다. 특검 합의로 오히려 선거기간 펼쳐질 상대편의 공세에 대한 면죄부를 얻게 됐고, 김 후보의 이름이 거의 매일 뉴스에 올라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되는 등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 그런 점에서 대전시장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다소 아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병역 면제 사유인 ‘발가락 절단’ 배경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치열한 성명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허 후보 측은 의혹에 대해 ‘1989년이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는 이 같은 의혹을 최초 보도한 본사 기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언론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 보다 열중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대응은 오히려 상대 당에게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공격의 빌미가 됐고, 더 강한 네거티브 공격이라는 부메랑으로 허 후보 측에 돌아가고 있음이 현실이다.

- 네거티브는 자신이 왜 적합한지를 내세우기보다 상대편이 왜 당선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설파하는데 몰두한다는 점에서 공명선거를 위해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악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선거에서 뒤지고 있는 측에서 유일하게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매력과 파괴력 때문에 선거에서 결코 없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결국 네거티브는 선거에서 앞서고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 되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김경수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 네거티브는 앞서는 쪽에게 마냥 불리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지지자들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모습 또한 제기된 의혹을 묵살하거나 ‘재갈 물리기’로 마냥 회피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귀찮고 짜증나겠지만, 그것이 정치 프로의 자세일 테니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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