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스펙 경쟁 내몰려
대학 힘만으로는 역부족
지역 사회 함께 고민해야

#. 대전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임 모(24·여) 씨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심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자해를 해온 탓이다. 어느 날 문득 거실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자신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용기를 내 병원을 찾았고 지금도 우울증을 벗어던지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언제 다시 불안 증세가 찾아올 지 몰라 두렵기만 하다.

꿈과 희망보다 좌절을 쉽게 습득하고 목표를 잃어버린 대학생들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계속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경제적 압박감 등 심리적 어려움이 작용한 탓인데 적신호가 켜진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캠퍼스 안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한탄이 끊이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위로가 이들에게 더 이상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는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대교협이 전국 대학생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7%는 학업과 관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학생이 불안(41.2%), 섭식 문제(23.5%), 우울(18.8%) 등 항목에서 심리 건강상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더해 응답자 14.3%는 자살 위기 항목에서 위험군, 잠재 위험군으로 분류됐는데 이중 1.6%가 최근 1년 이내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자살 시도율(0.8%)보다 많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나가기 전 마지막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대학마다 학생의 정신건강과 학교 적응을 돕고 심리적 강인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상담센터를 두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소수에 그치고 학생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는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또 다른 측면에선 상담 후 기록이 남아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고민이다. 대전 모 대학 재학생 서유빈(25·여) 씨는 “학교상담센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지만 선뜻 발걸음하기엔 찝찝한 면이 없지 않다”며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두렵고 상담기록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혹시나’라는 생각도 크다”라고 귀띔했다.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의 심리, 정서 건강을 보살피고 있는 상담사들은 현재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상담센터를 체계화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해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주고 책임져야 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박현미 충남대 학생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사는 “자신이 힘들고 충동적인 생각이 잦은 학생들의 경우 24시간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데 인력의 한계가 있는 대학의 힘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대학 캠퍼스가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이젠 지역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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