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

우리나라는 ‘치킨 공화국’, ‘커피 공화국’ 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것처럼 '전공이 무엇이든 결국 치킨집 사장이 된다'는 ‘치킨집 수렵의 법칙’이라는 웃픈(?) 이야기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부터 개인의 작은 커피숍들이 골목을 점거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장사만 잘된다면 옆집에, 또 그 옆집이 동종업계라도 무방할 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창업이 떠오르고 있다. 투자활성화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그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청년 창업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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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업의 길로 들어서지만 주로 생계형 창업
#. 문 모(30·여) 씨는 지난 2012년 대전 둔산동에 커피숍을 차렸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부모님의 도움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당시 문 씨는 친구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취업 걱정을 하던 이들의 눈에는 본인의 사업장을 가진 엄연한 사업가였던 탓이다. 그러나 몇 년 후 커피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노하우가 적었던 문 씨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접은 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자니 나이도, 경력도 걸림돌이 됐다. 결국 그는 재창업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창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신기술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는 기술형 창업과 도·소매업, 음식점업 등의 생계형 창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 '20대 청년 창업의 과제와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의 창업 업종은 도·소매업이 39.2%로 가장 많고 숙박·음식점업(24.2%)이 뒤를 잇는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이다. 창업 업종 중 기술 기반 업종에 대한 20대 창업 비중은 25.3%로 전체(26.8%)보다 적다는 점과 전 연령대의 창업에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8.5%, 26.7%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창업이 주로 ‘생계형’에 몰려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년창업이 주로 이뤄지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생존율이 낮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영리기업 대상)에 따르면 2016년 신생기업은 87만 6000곳으로 전년 대비 6만 3000개(7.8%) 증가했으며 2015년 소멸기업은 64만 곳으로 1년 전보다 13만 7000곳(17.6%) 감소했다. 보다 많은 기업이 생겨났고 보다 적은 기업이 소멸했다는 점은 이전에 비해 기업 활동을 펼치기 좋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신생기업 생존율도 개선되는 분위기다. 2015년 활동기업 중 2014년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로 전년대비 0.3%포인트, 2010년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5%로 전년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생존율은 1년의 경우 각각 58.8%, 59.5% 등으로 절반 수준이며 5년이상 생존율은 24.2%, 17.9%로 전체 평균(27.5%)을 밑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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