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부터 살아가기가 편리한 곳으로 산 좋고, 물 맑고, 들(평야)이 있는 곳을 최고의 명당으로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큰 산과 큰 강과 큰 들이 잘 어우러지는 곳을 천하의 대길지로 도읍(都邑)을 삼았다. 이에 많은 풍수가들에 의해 이 땅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살피고, 나라를 이끌어 갈 도읍지로 개성의 송악산, 한양의 삼각산(북한산), 공주의 계룡산 등이 지목되고 있다.

도읍은 천자(天子) 또는 왕 등 최고 권력자가 있는 장소로서 정치의 중심이었다. 근대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이 대두되면서 경제적인 시(市)의 중요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통치를 뜻하는 정치의 도(都)와 경제의 시(市)가 함께 합성된 도시(都市)가 형성됐다. 도시 가운데 최고 통치자가 거주하는 으뜸인 곳이 수도(首都)이다.

절대 왕조시대에는 정치 중심의 도읍이었다면 현대 사회는 정치와 경제 중심인 도시의 시대로 이해하여야 한다. 정치는 하늘에 뜻에 따라 도(道)와 덕(德)을 펴는 형이상학적이고 정신적 사고로 풍수의 지세인 산세(山勢)와 관련이 있다. 경제는 형이하학적이고 물질적 사고로 모든 만물의 기운이 아래로 모여드는 수세(水勢)에 해당한다. 풍수에서는 정치와 권력의 명당은 산에서 찾고, 경제와 재물은 물이 많은 평야나 강, 해안 등에서 명당자리를 확인한다. 따라서 과거의 도읍은 산을 중심으로 내륙 산간분지(경주, 개성, 한양)가 정치의 중심이었다면, 현대의 수도는 좀 더 물질에 치우친 강 유역으로 옮겨지고 있어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양의 지세는 북악산을 주산으로 4대문(동서남북) 과 남산, 인왕산 등의 산세와 청계천의 수세에 의한 정치중심의 도읍이었다. 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은 한강을 중심으로 정치보다는 경제에 치중한 경제 수도의 지세를 띤다. 수도는 정치와 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태극의 지세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수도는 정치기능이 실종되고 경제 중심으로 음양의 태극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형상으로 수도 입지로는 문제점이 많다.

한반도에서 서울과 한강의 지세는 물질과 경제에 관하여는 단연 으뜸인 지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 갈 수도의 입지는 정치와 경제인 음양의 조화가 완벽하고 태극이 무궁토록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입지 선정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서 모든 국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계룡산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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