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식 충남농업기술원 청양구기자시험장장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 이름 중에는 ‘자(子)’로 끝나는 열매가 있다. 구기자, 복분자, 오미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구기자는 구기자나무의 열매로 ‘동의보감’에 정기를 보충하고 얼굴색을 희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장복하면 장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로 간장과 신장에 작용하는 천연 간 영양제, 과일 비아그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경희대학교에서 연구한 결과로 치매예방과 학습능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양군 운곡면에 가면 ‘구기설’이라는 작은 유래비가 있다. 유래비에 따르면 청양군이 구기자를 처음 재배한 시배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1908년에 청양에서 태어난 박관용 할아버지가 15세 되던 해(1923년)에 구기자에 관심을 가지고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니 구기자 재배 역사는 약 100여 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1992년에 발행된 ‘청양이 구기자의 본 고장이 된 유래’와 2000년에 발간된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종자(안완식 저)’에 자세히 나와 있다. 또한 유중림이 지은 ‘증보산림경제 Ⅱ’와 박세당이 지은 ‘색경’에도 구기자의 번식과 재배법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 있다.

구기자 재배 유래로 일설에는 진도의 이야기가 있다. 진도로 유배 온 사람들이 구기자 술을 마시면서 억울함을 달랬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병사들과 구기자 술을 마셨고,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도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과 구기자 술을 마셨다는 문장도 있다. 또한 송준길(1606~1672)의 ‘동춘당일기’를 보면 집 주위에 구기자 등 한약재를 대규모로 심어 한약재로 이용하거나 차로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더불어 조선시대 서명응이 정조 11년에 관리들의 업무참고서로 편찬한 ‘고사십이집’을 보면 대구부, 선산부, 김해부의 특산물로 구기자가 나온다. 조선시대에 특산품으로 진상될 정도이면 구기자가 많이 생산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므로 이들 지역이 시배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구기자를 재배한 것이 아니라 집 주위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을 채취하여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기자나무의 노거수는 경주 교동과 경남 고성에 100년이 넘는 구기자나무가 있다. 물론 청양에도 100년 된 구기자나무가 있으며 청양구기자시험장에도 지역주민이 기증한 노거수를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백년이 넘는 구기자나무가 있는 이유는 장수하는 마을에 구기정이라는 우물이 있고 그 우물가에는 구기자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며 이 우물물을 마시고 무병장수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설화에 기인한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구기주를 마시면 회춘한다고 적혀있고, 요릿집 명월관을 설립했던 안순환씨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좋을 조선의 자랑으로 구기자 약주를 추천하고 있다.

‘천연 간 영양제’, ‘과일 비아그라’, ‘먹으면 늙지 않는 열매’라고 부르며 이렇듯 건강 기능성이 좋은 구기자는 청양에서 처음 재배되었고 지금도 많이 재배되는 지역특화작목으로 지역 내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위해 청양구기자시험장이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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