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지난 15일은 오장환(吳章煥, 1918~1951) 시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1918년 5월 15일 충북 보은군 회북면 중앙리 140번지의 해주 오씨 가문에서 부친인 오학근 씨와 모친인 한학수 씨 사이에서 4남 4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말수가 적었던 오장환 시인은 서당교육을 받고 회인보통학교에 입학해 3학년까지 다니다가 안성 보통고등학교로 전학해 경기도 안성군 읍내면 서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30년 안성 보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중등학교 속성과를 수료한 뒤 이듬해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1933년 수업료를 내지 못해 휴학을 하고 있다가 1935년 자퇴했다. 그는 휴학 중인 1933년 11월 ‘조선문학’에 시 ‘목욕간’을 게재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도일(渡日)해 지산중학교 4학년에 편입해 1936년 3월 수료한 그는 일본에서 최하층의 노동생활을 하면서 마르크스주의 이념에 동조하는 습작 시를 썼다. 1936년 4월 귀국 후에는 서정주, 김동리, 여상현, 함형수 등과 ‘시인부락’, ‘낭만’ 등 동인회에 적극 참여했다. 1937년에는 ‘자오선’ 동인으로 참여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전개, “시단의 새로운 왕이 나왔다”라는 찬사를 듣게 됐다.

오장환 시인이 좌익계 문예운동에 가담한 것은 1946년 제1회 전국 문학자 대회에서 조선문학가동맹 서울시지부 사업부위원, 문화대중화 운동의 위원이 되면서부터였다. 해방 후 1947년 7월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고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테러가 자행되자 1948년 2월 그는 다친 몸을 이끌고 시인 임화(林和, 1908~1953)를 따라 월북했다.

그는 월북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성벽’(풍림사, 1937), ‘헌사(獻詞)’(남만서점, 1939), ‘병든 서울’(정음사, 1946), ‘나 사는 곳’(헌문사, 1947) 등 4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이 외에 수필 7편과 평론 8편, 번역시집 ‘에세닌 시집’을 1946년 동향사에서 출간했고, 198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오장환 전집’(전 2권)을 간행했다.

오장환 시인은 월북 후 북한의 남포와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지병을 치료하면서 ‘모다 바치자’, ‘김일성 모스크바에 오시다’, ‘씨비리달밤’ 등의 시편과 소련 기행시집 ‘붉은 깃발’을 발간했다.

한국전쟁 중 서울에 나타났던 그는 1951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지병인 신장병으로 병사했다. 오장환 시인은 청록파 시인인 박두진과 함께 안성 보통고등학교를 다녔고, 1931년 4월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정지용 시인을 만나 시를 배웠다.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휘문’이란 교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1933년 2월 22일 발간된 ‘휘문’ 임시호에는 오장환 시인의 첫 시인 ‘아침’과 ‘화염’ 두 편이 게재됐다.

오장환 시인은 식민지 현실을 예리한 통찰의 눈으로 짚어간 진보적 리얼리즘 시인으로 당대 현실에 대한 관심을 대략 네 부분으로 나눠 고찰했다. 첫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대와 전쟁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둘째, 봉건적 인습에 대한 비판과 고발이다. 셋째, 식민지 근대도시에 대한 비판이다. 넷째, 당대 농촌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시집에 따라 변모하기도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일관성도 갖고 있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인간을 위한 문학’이어야 한다는 문학관을 갖고 있었다.

오장환 시인은 정지용 시인의 제자로 백석, 이용악, 서정주와 더불어 1930년대 후반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파 천재 시인으로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꼽힌다. 대표 시로는 ‘해바라기’, ‘바다’, ‘병든 서울’, ‘절정의 노래’, 대표 평론으로 ‘백석론(白石論’, ‘자아의 형벌’ 등이 있다. 해방의 기쁨을 감격적으로 노래한 ‘병든 서울’은 해방기념조선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절정의 노래’는 1947년 중학교 5·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보은군은 오장환 시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6년 회인면 회인로5길 12에 생가와 문학관을 건립했고, 1996년부터 해마다 10월 말 오장환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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