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전시장 후보, 許 병역 기피 의혹 공방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의 병역 기피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누가 객관적인 증거를 먼저 찾아내느냐’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허 후보는 24일 대전시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자신의 병역 기피 의혹에 관한 질문에 “(발가락 절단에 관해) 제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사실이 없는데 마치 그때(1989년) 사고를 기억하고 있지 못한 것처럼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 측이 호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허 후보는 지난 15일 서구 둔산동 선거사무소에서 공약 발표회 직후 발가락을 다친 경위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1989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 구체적 해명 없이 ‘기억’이란 단어를 꺼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9일 만에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라고 강변해 기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허 후보는 “한국당과 박 후보는 계속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있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1989년 7월 (대전 대덕구) 대화동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오른쪽) 엄지·검지발가락을 다쳤고, 인근 소망병원에 치료를 받고 2주 정도 입원했다. 검지발가락은 정상이 됐지만 엄지발가락은 절단돼 평생 장애와 고통을 갖고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답답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지만 보존기한이 모두 지나 찾을 수 없었다”라며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 관련 증빙자료는 부재함을 말했다.

허 후보는 “소망병원이 폐업해 진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대덕구보건소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병무청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보존연한 10년이 지난 자료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 “저는 한 점 의혹도 없이 분명히 사고로 인해 다쳤고, 그로 인해 군에도 갈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허 후보의 주장에 대해 박성효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허 후보가 본인에게 불편한 사안에 대해선 다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있다.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 가까이 됐는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시간만 끈 이유가 뭔가. 또 본인은 기억할 수 없다는 일을 어찌 중앙당 부대변인이 논평을 내 해명하고,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면 누구든 접합을 해야 할 중대 수술이므로 큰 병원을 찾아갈 텐데, 작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각한 사고를 당했으니 산재 처리를 했을 텐데 왜 산재 처리 기록은 내놓지 못하는가. 본인이 떳떳이 해명하면 되는데, 계속 시민들과 언론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내고 “허 후보와 민주당은 얼마나 더 시민들을 우롱하려 하는가. 허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지발가락이 없는 사유를,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를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되레 당이 나서서 당사자도 모르는 사고 사유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그러더니 생뚱맞게도 오늘 허 후보는 ‘민주당이 말한 게 바로 내 사고 사유가 맞다’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흡사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의 거짓말쟁이 나무꾼 ‘그 도끼가 내 도끼요!’를 떠올리게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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