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사회부장

 

올해의 가장 큰 환경 이슈를 꼽자면 두말 할 나위 없이 미세먼지가 1순위로 지목된다. 유난히 길었던 2017-2018 겨울시즌을 지나 봄을 맞을 기지개를 켰지만 미세먼지의 엄습은 학수고대했던 바깥나들이를 막아 세웠다. 올 봄 유통업계에서 공기청정기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누렸을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은 대단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경우 결석을 인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이렇게 올 봄 우리 생활상을 바꿔놓은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미세먼지 농도 기준도 강화돼 ‘미세먼지 농도 높음’ 단계의 경보가 더 자주 발령되면서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중국발 황사와 더불어 중금속이 가미된 미세먼지가 이슈화되면서 공동 대응체제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거세게 일었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히 미세먼지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환경 이슈의 한 조각일 뿐이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이 시대 최대의 화두다.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함에 있어 기후변화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순 없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재앙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온실가스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그 관계는 명확해진다.

기후변화 이슈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게 바로 온실가스인데 여기엔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유발 원인물질도 포함돼 있다. 전기생산을 위한 발전소나 자동차 연료 연소에 따른 배기가스가 대표적인데 이로 말미암아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여기서 비롯된 기후변화는 미세먼지 농도 자체를 높이고 발생 빈도도 높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북극의 온난화에 따른 중국·몽골지역의 사막화는 황사 발생을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 한반도에 미치게 된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0.74도 상승했다. 1도도 안 되는 변화지만 이 변화는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1.4도가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상승폭은 2.4도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기온상승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파르게 진전된다는 데 있다. 이렇게 가다간 대재앙을 맞는 건 시간문제다. 예측불허의 대쟁앙이 바로 내일 현실화될 수도 있다.

지금 에너지 사용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후세는 대재앙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모든 부가가치를 환경재앙을 막아내는 데 쏟아 부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불거진 재활용폐기물 수거 거부 사태 역시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모든 소비의 이면엔 에너지 사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비를 줄이면 에너지 사용 자체가 줄고 그러면 기후변화도 그만큼 늦출 수 있다.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날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명확한 건 그 날은 반드시 온다는 거다.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쓰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무턱대고 소비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날은 예상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건 곧 기후변화를 늦추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가 될 수도, 우리 후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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