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화초 박정은 교사

교실에 들어오는 요셉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늘 밝고 명랑한 요셉이 풀이 잔뜩 죽어있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요셉을 앉혀놓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속이 상했단다. 우리 학교에는 육상부가 있는데, 아침마다 일찍 학교에 나와서 운동을 한다. 요셉도 육상부에 들어가 함께 운동을 하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은데 안 된대요.”
“왜?”
“육상부 모집을 하는데, 달리기 시합을 했거든요. 달리기를 못해서 탈락했어요. 저는 대회에 안 나가도 되고 아침 운동만이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 육상부 선생님께서 육상부에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더 받아주기 힘들대요. 선생님, 제가 달리기를 잘했더라면 육상부에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저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육상부에 못 들어가 속상한 요셉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신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다니! 나는 요셉이 한국에 온 지 이 년 만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게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여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는데, 요셉은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 지 전혀 모른다.

“요셉, 너 진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너 한국말 잘하잖아! 한국에 온 지 이 년 만에 한국어를 이만큼 잘하는데. 선생님은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너는 아랍어도 할 수 있고 한국어도 할 수 있잖아. 아마 대전에서 아랍어와 한국어,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걸?”

요셉이 그제야 슬그머니 웃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기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참 많다. 공부나 운동을 잘해야만 ‘나는 잘하는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은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재능이 있다.

시를 잘 써서 교사의 마음을 울렸던 아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던 아이,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를 잘했던 아이, 만화를 재미있게 그리던 아이, 아이 하나하나가 각자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데, 공부를 못한다는 것만으로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이제는 교사가, 부모가 우리 아이들의 잘하는 점을 찾아주고 칭찬해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찬찬히 살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요셉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이들 자신도 놓치고 있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려주면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한층 높아진다.

꼭 사회적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다.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라는 자신감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 재능을 살려 자신도 행복하면서 사회에도 기여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따뜻한 눈으로 살펴봐주고 적극적으로 알아차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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