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68·) 씨는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는 친딸을 위해 4년 째 손자를 돌보고 있다. 손자를 따라다니면서 밥 먹이고, 업어주고 씻기는 일부터 옷 입혀 유치원 보내는 일까지 여간 힘에 부치지 않는 게 아니다. 오전 7시부터 손자의 유치원 등원까지의 일상을 매일같이 하다보니 최근 들어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12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7.9%와 남성의 53.6%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녀양육을 꼽았다. 특히 맞벌이부부 84.9%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는데 우리나라의 0~3세 영·유아의 70%, 미취학 아동의 35%가 최소 낮 동안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돌본다는 보건복지부의 아동보육실태 조사처럼 부모님들의 황혼의 육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모든 원인이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님들의 평균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디스크 질환이나 퇴행성 관절염을 겪을 수도 있다. 50~60대 노년층들이 아이들을 많이 돌보게 되면서 허리나 어깨, 무릎, 손목 등에 부담을 줘 질환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척추관절질환은 육아를 맡은 노년층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병이다.

연세가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루는 만큼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이제 막 돌이 지난 10kg의 남자 아이를 번쩍 들었을 경우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있을 때의 4.2배에 이르며 누워 있을 때의 5.6배에 이른다.

특히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는 허리와 어깨, 팔목 등이다. 가급적이면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날 때도 무릎을 써서 일어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아이를 앞쪽보다는 뒤쪽으로 안는 게 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압박이 오면서 통증과 마비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는 대나무처럼 안쪽이 비어있는데 빈 구멍을 통해 신경다발이 지나가고 이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보통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일정한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죄어오고 자주 저린다. 또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쉬면 별 증상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심해지면 대소변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기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나아질 수 있으나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고 신경 증상이 심해지거나 변형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요통을 자주 느끼는 노인에게 자주 나타나며 손과 발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을 자주 보인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일반적으로 50대가 되면 뼈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도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게 만든다. 게다가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도 닳아 없어져 신경압박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초기 견인치료, 물리치료, 신경치료 등을 우선 실시하고 2~3개월 동안 증세에 호전이 없거나 계속 재발하는 경우 비수술이나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근엔 작은 내시경을 통증 부위에 삽입해 협착 된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황색인대제거술 치료법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황색인대제거술은 9mm의 작은 구멍을 뚫고 통증 부위에 내시경을 삽입해 허리통증의 주요 원인인 황색인대만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최첨단 수술기법이다.

작은 내시경을 통해 시행되는 황색인대제거술은 기존 수술과 같이 근육이나 관절을 손상 시키지 않고 두꺼워진 황색 인대만을 제거하기 때문에 허리통증을 말끔하게 치료해주며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수혈 없이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 시간 이후 보행이 가능해 환자들이 정상 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해 허리에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자세라도 허리 관절이 견뎌낼 수 있도록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마비를 동반한 협착증은 민간요법보다는 초기부터 척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평소에도 규칙적인 운동, 체중관리, 금연, 금주, 규칙적인 골밀도 체크 등으로 뼈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도움말=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마취통증전문의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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