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나타내는 날이 잦아지다 보니 가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야 하는지 창문을 닫아둬야 하는지 늘 갈등하고 있어서다. 최근 세종시로 이사한 한 지인은 “아내가 망이 촘촘해서 미세먼지도 막아준다는 설치업자 설명을 듣고 몇 배 비싼 고급형 방충망으로 전체를 교체했다”며 상술에 넘어간 와이프와 대판 싸웠다고 한다. 날씨에 대한 이야기에서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보니 정부에서도 환경부장관 주재로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열고 있다. 그 심각성과 관심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지만,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부로 들어가 여러 가지 호흡기 질환과 면역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오염물질을 말한다. 보통 10㎛ 미만을 미세먼지, 2.5㎛ 미만은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10㎛는 먼지 100개를 한 줄로 세워야 1mm가 되는 것이고 초미세먼지는 최소한 400개 이상이 한 줄로 서야 1mm가 된다. 기상청에서 경고하는 미세먼지의 농도는 1㎥의 대기에 포함돼 있는 미세먼지의 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단위는 ㎍/㎥이다. 안전기준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일평균 농도 15㎍/㎥ 미만이면 ‘좋음’은 똑같다. 보통은 예전에는 50㎍/㎥까지였는데 지금은 35까지로 강화됐다. 51~100까지가 ‘나쁨’ 그 이상이 ‘매우 나쁨’으로 정의했는데 강화된 예보기준에선 36~75까지가 ‘나쁨’이고 76이상 ‘매우 나쁨’으로 예보하고 있다. 실제 미세먼지가 최고로 많았던 날들을 보면 전국적으로 가장 깨끗한 지역도 최대치는 400㎍/㎥을 넘고 있다. 심한 곳은 700㎍/㎥ 이상인 지역도 상당하고 그 지역들이 대도시에 집중돼 있지 않다는 것도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논의에서 타이어 마모 입자에 대한 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한다. 갑자기 타이어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은 아니다. 시내버스 엔진이 천연가스로 바뀌고 각종 규제를 통해 미세먼지를 줄이다 보니 전체 원인 중에 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다소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비과학적인 분석이 난무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타이어 수명에 따른 타이어 마모량 전체를 미세먼지로 정의한 기사를 접한 적도 있다. 고무는 점탄성 물질이라서 마모입자의 형상이 분쇄된 분말이 아니라 도로면 흙먼지와 마찰로 형성된 쌀알 형태이고 크기도 대부분 10um 이상이다. 따라서 타이어 마모입자가 대기 중으로 비산되는 양은 매우 적고 대부분 도로면에 가라앉은 상태로 존재한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타이어가 스키드마크를 만들면서 미끄러질 경우에 아주 미세한 먼지가 타는 냄새와 함께 대기 중으로 비산되는 경우만 미세먼지가 발생하는데 전체 미세먼지 원인의 1% 미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해성 평가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운전자들도 미세먼지의 심각성 때문에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자동차에는 캐빈필터가 있어 창문을 닫은 후에 팬을 돌리면 필터를 거쳐 들어오는 공기를 마시게 된다. 입자 사이즈별로 다소 다르지만 일반 보급형 필터의 경우 미세먼지를 80% 이상 걸러준다. 프리미엄급 필터의 경우는 90% 이상을 거르기 때문에 300㎍/㎥ 정도의 ‘매우 나쁨’ 상태도 보통 상태로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자동차의 청결상태나 탑승인원 등에 따라 차이가 크고 입자의 종류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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