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이용의 조화로 생태·경제 가치 높인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다. 그동안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이름으로 배워온 탓에 지난 백년간 잊힌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백두대간이 한반도 고유의 인문·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요 강의 발원지가 모두 있는 생태계 보전의 핵심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잊혔던 시간동안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백두대간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욱이 생태적 복원 등의 미흡으로 지형과 경관 등에 대한 훼손이 더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다행히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단절 없이 이어진 우리 국토의 산줄기로서 백두대간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지난 백년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다시금 이름을 찾은 백두대간을 미래유산으로 존속시키기 위한 산림청의 노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2. 백두대간 보호에 나서다

#. 백두대간 실체를 확인하다
백두대간 관련 법안이 처음 국회에서 발의된 건 지난 2002년이다. 이후 제1차 백두대간보호 기본계획이 수립되기 전 산림청은 무수히 많은 산들을 넘어왔다. 백두대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찾기 위해서다.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백두대간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며 생태계를 단절하는 첫째 원인은 골프장, 스키장 등의 관광·체육시설이고 둘째는 토석채취와 광산개발, 셋째가 콘도와 리조트 건설, 산림의 무분별한 벌채 등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도로, 댐, 공장 등이 주요요인이다.

예를 들어보면 강원도 남부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의 경계에 있는 자병산(872m)이 있다. 향로봉에서 시작된 백두대간 산줄기가 청옥산(1404m)과 두타산(1353m)으로 이어지는 접점이다. 백리향, 금강애기나리, 솔나리, 꼬리조팝나무 등 희귀식물 군락지와 함께 삵, 고슴도치, 수달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 서식지가 산 전체에 걸쳐 펼쳐진 곳이다. 해발고도 1000m에 못 미치는 산이지만 석회석 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습적인 안개와 함께 남방식물과 북방식물이 교차하는 현상이 나타나 학술적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은 희귀지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 산림청이 만난 자병산에는 안개도, 습지도, 울창한 희귀식물 군락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허연 석회석 암맥이 그대로 드러난 거대한 노천광산만이 벌거벗은 산자락을 펼치고 있었다. 나무를 베어내고 표토까지 걷어낸 뒤 계단식으로 길을 낸 산자락으로는 하루 종일 덤프트럭 수 십 대가 오르내리며 석회석을 실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백두대간 인근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백두대간 관리상태가 ‘미흡하다’는 응답비율이 56%인 반면 ‘양호하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인근주민들이 생각하는 백두대간 훼손원인으로는 관광지 개발사업(25.7%),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개발 사업(25.2%), 개발사업 뒤 관리소홀로 인한 환경오염(20.5%), 산림벌채·임도개설(16.4%) 등을 들었다.

#. 백두대간보호 기본계획을 세우다
기본계획의 수립은 백두대간 보호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백두대간보호법’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10년마다 백두대간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돼있다.

제1차 백두대간 보호 기본계획은 26만㏊에 달하는 백두대간보호지역을 대상으로 수립됐다. 지속가능성과 연계성·종합성, 지역성 등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풍요로운 미래유산’이라는 비전 아래 2015년까지 진행된 1차 보호 기본계획으로 백두대간·정맥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실태조사와 DB구축이 이뤄졌다. 백두대간(701㎞)을 5개 권역으로 나눠 동·식물상, 백두대간 마루금(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 이용실태, 토지이용·훼손지 현황조사, 산림문화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또 벌재(경북), 이화령(충북), 육십령(전북), 비조령(경북) 등 4곳의 백두대간 마루금 관통도로 단절지역 핵심 생태축 연결사업 시행됐고 백두대간 내 주요 훼손지(366㏊)에 대한 산림복원사업도 펼쳐졌다. 아울러 백두대간권 자연휴양림 조성으로 산림복지 수혜 폭을 넓혔고 등산로 정비, 트레킹 숲길조성(둘레길) 등 등산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민 수요에 부응하고 백두대간의 지속가능한 이용여건을 구축했다.

백두대간 보호는 이제 2차기에 들어섰다. 산림청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라는 비전 아래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통한 백두대간의 생태·문화·경제 가치 증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1차기에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백두대간 자원의 생태적 관리, 백두대간의 가치 창출 확대, 항구적인 백두대간 보호 기반 구축 등 5대 추진전략을 구상했다. 백두대간 자원의 생태적 관리를 위해 백두대간 자원의 통합적 조사와 백두대간 생태계의 보호·관리 강화, 생태계·훼손지의 복원·복구 등을 추진한다. 또 백두대간의 가치 창출 확대를 위해선 산림복지서비스의 창출 강화와 경관·문화자원의 발굴·보전 및 복원, 백두대간 자원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등을 진행한다. 아울러 백두대간보호지역의 확대와 합리적 관리, 행위 제한 및 사전협의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백두대간의 협력적 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항구적인 백두대간보호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이번 계획에는 백두대간을 둘러싼 변화상이 담겼다. 백두대간지역은 SOC, 소득기반 및 문화 보건시설이 열악하고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지역발전을 주도할 인적자원이 취약하다. 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농림업 경쟁력 약화와 이로 인한 소득감소로 도·농간 소득격차가 심화돼 지역주민들의 소외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발전동력 모색이 필요했다. 또 신기후체제(파리협정) 등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구체화되고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리방안 마련 요구가 높아졌다. 아울러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산림생물(2만 2812종)의 상당수가 서식하는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보전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생활패턴 변화, 소득수준 향상과 삶의 질 중시로 여가·휴양, 건강·복지자원으로의 백두대간의 가치 인식과 이용 수요도 함께 높아졌다.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모색해야 했다는 의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다음편 ‘백두대간 자원의 생태적 관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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