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중국에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신동(神童)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을 주유하던 공자가 길 한가운데 흙과 조약돌로 집을 짓고 있는 아이를 봤다. 공자는 마차를 멈추곤 “왜 길을 막고 있느냐?”며 아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자고로 마차가 집을 비켜가는 것이지 집이 마차 앞을 비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라고 했다. 소년의 자신 있는 대답에 놀란 공자가 마차에서 내려 물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지혜가 있느냐?”고 다시 묻자 아이는 “태어난 지 사흘이 지나면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구별합니다. 태어난 지 사흘이 지난 토끼는 들판을 뛰어다닙니다. 태어난 지 사흘이 지난 물고기는 강에서 헤엄을 칩니다. 모두 당연한 일이지요. 여기에는 어떠한 지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예상치 못했던 답을 들었다. 자기 차례가 되자 아이는 “하늘에는 별이 몇 개나 있습니까”라고 물었는데 공자는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그럼 선생님, 눈썹에는 털이 몇 올이나 있습니까”라고 되물으니 공자는 그냥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자에게 “요즘 아이들은 정말 무섭소. 다음 세대의 미래는 밝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구전에 따르면 공자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마차에 올랐다고 한다. “조숙한 아이들이란 커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니까….” 인류의 대스승과 한 어린아이의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인한 파면을 보면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소통 부재’를 들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들과 또는 정부 각 부처 장차관, 여야 국회의원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화’는 ‘대놓고 화내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견을 내놓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은 뒤 논의를 거쳐 둘 중 하나 혹은 두 의견이 종합된 제3의 의견이나 아예 내 의견도 네 의견도 아닌 전혀 새로운 의견을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중지(衆智)를 찾는 일은 이렇게 중요하다.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면 비상하고 창의적인 것은 못 돼도 안전한 의견, 최소한 무해한 의견은 찾을 수 있다. 요즘 교육계에선 ‘듣기’와 ‘읽기’ 중심에서 ‘쓰기’와 ‘말하기’ 중심으로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의응답이 중요하고 논리정연하게 발표하는 기술을 중시한다. '通則不痛, 不通則痛(통즉불통, 불통즉통).' 즉 소통이 되면 고통스럽지 않고, 소통이 안 되면 고통스럽다는 말은 정치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공자가 어린아이와도 이토록 심오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가족 간, 직장 상하·동료 간 국가 지도자와 국민 간에 대화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청와대와 국회나 정부 각 부처는 대변인과 홍보 담당자가 있으니 정례 브리핑과 질의응답이 있어야 한다. 서로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하고 사랑이 오갈 수 있다. 14억 5000만 명의 국민을 가진 중국 고사의 한 토막을 참고하도록 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하더라도 우리 자녀들과 수시로 말잔치를 벌이자. 식사할 때 가족끼리 화기애애한 대화시간을 갖자. 잠들기 전에 축복 기도를 해주고 함께 성경이나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어보자. 이제 한 사람의 강의를 수십 명이 듣고 받아 적는 교육의 시대는 지났다. 쌍방 대화를 통해 다듬어진 그리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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