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민 대전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순경

 

윤종민 순경

17시 30분은 나의 기상시간이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밤을 새야 하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는다. 그 탓인지 항상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깔끔하게 다림질을 한 근무복을 조심스레 옷걸이에 걸어 차량에 넣고 야간 근무를 위해 갈마지구대로 출발한다. 저녁시간이라 퇴근을 하는 많은 차량과는 반대로 출근을 하러 가는 나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하건만 언제나 어색한 기분이다. 퇴근 차량들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상습정체구역인 교차로에서 RH(러시아워)근무 중인 동료직원들이 보인다. 속으로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오늘도 힘을 내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지구대에 도착해 조금 시간이 흐른 19시부터는 팀장님 감독 하에 총기를 수령한다. 총기수령 후 무기대장에 확인 서명을 하고 나면 지구대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 팀장님 이하 전 직원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저녁회의를 실시한다. 교대할 팀에서 취급한 사건 및 인수인계사항을 전달 받고 이어서 팀장님의 지시사항 및 근무 시 유의할 점 등을 듣는다. 가장 중점 사항은 치안만족도 향상을 위한 토론이다. 치안만족도는 신고 처리시 경찰관의 친절도, 신속도, 전문성 등을 파악하여 국민들께 설문조사하고 이에 응답한 항목에 대한 점수를 수치화 한 것이다. 인수인계사항 및 교양사항전달이 끝나면 정해진 근무대로 순찰 및 신고처리를 한다.

분실물 습득, 시비, 행패 소란 등 크고 작은 신고들을 처리하고 나니 어느새 새벽 1시경이다. 졸린 눈을 부비며 둔산동 타임월드 주변을 꼼꼼하게 구석구석 순찰을 하던 중이다. 이 곳은 주민들께서 절도의 위험이 많다고 갈마지구대에 직접 순찰을 요청하신 구역이어서 집중적으로 순찰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쓰러져 있는 술에 취한 여성분을 발견했다. 주변에 순찰차를 정차하고 여성분을 살펴보니 만취한 상태로 상당시간 노상에서 잠이 드신 것 같다. 봄이지만 일교차가 심한 새벽의 찬 기온에 여성분께서는 의식이 없고 몸을 바르르 떨고 계셨다. 즉시 119에 구급차를 요청하고 순찰차에 있던 담요로 응급조치를 한다.

구급대원이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생명에 지장은 없다기에 안심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순찰을 한다. 숨을 잠시 돌리나 싶은 찰나 무전기에 불이 난 것처럼 다급한 목소리의 지령이 연속적으로 울린다. 술집이 밀집한 유흥가 주변인 타임월드에서 집단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상황이다. 갈마지구대뿐만 아니라 근처 지구대 신고 없는 순찰차까지 모두 총력으로 대응하여 신속하게 출동하고 피해자의 후송을 위해 119구급차와 형사들까지 총 출동하는 상황이다.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하고 가해자는 지구대로 데리고 와 조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다음 교대 팀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을 한다. 비록 나는 퇴근을 하지만 갈마지구대에는 24시간 365일 퇴근이 없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지구대의 라이브는 영원히 네버 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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