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기자

공주시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하다.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혐의가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술자리에서의 한순간의 호기가 일생일대의 오점으로 남게 됐으니 참으로 민망하다. 

행여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번 일로 쾌재를 부르는 이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엮였다는 생각에, 누군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배신감에 잠 못 이루는 이도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조직과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이다. 이번 사태는 분명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통, 반목과 갈등이 똬리를 틀어 대민서비스에까지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직 공무원들의 걱정거리가 또 있다. 퇴직한 선배들의 적극적인 선거개입은 후배 공무원들의 눈엣 가시다. 조직원들의 성향과 생리를 속속들이 알기에 선거 이후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퇴직 공무원들이 선거캠프에 합류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후보자들을 돕는 명분이 여럿일 수 있겠지만, 분풀이나 화풀이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합류했다면 여러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혹여 이들이 선거 이후 개선장군처럼 나타나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줄 세우기를 하고, 산하기관 등의 낙하산 인사에 개입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선거개입이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재능기부 쯤에서 멈추길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공주시장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책선거는 사라지고 온갖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후보들이 난립했던 지난 선거와 달리 2파전으로 압축된 이후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한판 승부가 예고되면서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연일 투서와 진정이 끝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린다.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하겠다던 후보자들의 약속은 오간데 없다. 

외려 상대 후보자에 대한 이상한 루머를 부추기고 즐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각 진영의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한 술 더 떠 당선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이쯤 되면 후보자들이 나서야 한다. 캠프 관계자들을 다독이고, 더 이상의 네거티브로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꾸짖어야 한다. 

후보자들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주인인 유권자를 위해 봉사한다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길 촉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의 냉철하고 준엄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유권자인 공주시민들 또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공주호’를 맡길 자격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해 자질 미달의 후보를 반드시 가려내 유권자 혁명을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