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민담] 돌종

 

<돌 종>

옛날 어느 곳에 아주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찌나 가난했던지 그날그날 품을 팔아서 먹고 살았다. 농부는 아내와 같이 날마다 부지런히 일했다. 그러나 워낙 가난해서 먹을 것은 언제나 모자랐다. 거기다가 철없는 아들은 늘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어쩌다 먹을 것이 있으면 아들은 할머니의 몫까지 빼앗아 먹고도 배가 고파 걸걸거렸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늘 배가 차지 않아서 치마끈을 졸라매야 했다. 그러다가 할머니는 마침내 야위어가기 시작했다.

“이일을 어쩌면 좋을까?”

농부는 늘 이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 하면 아내는 아내대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다 못해 하루는 아내가 농부에게 의논을 했다.

“여보, 이대로 가다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겠으니 어쩌면 좋아요”

“글쎄 말이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에요”

“글쎄 말이오.”

남편은 우두커니 앉아 ‘글쎄 말이오.’만 연발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별로 신통한 생각이 없는 것을 안 그의 아내는 무엇을 결심이나 한 듯이 입을 꽉 다물고 있다가 얼마 후에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어요?”

“어떻게”

“아이는 또 낳으려면 얼마든지 낳을 수가 있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한 번 돌아가시면 그만이지 않아요?”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아이를 버립시다.”

“뭐라고?”

농부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고 나직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그동안만이라도 편하게 모셔야 되지 않겠어요?”

그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리었다.

농부는 아내의 말도 옳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농부는 깊이 생각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농부와 그의 아내는 마침내 아들을 먼 산에 내다 버리기로 했다. 농부는 아들에게 먹을 것을 실컷 먹인 다음 아들을 업고 산으로 향했다.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으슥한 숲속에 오자 농부는 아들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아내도 가슴이 메어지는 듯 그곳에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엄마 왜 나를 이곳에 갖다 놓는 거야?”

아들은 겁에 질린 듯이 물었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한 없이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보며, 숨이 차게 뛰었다. 그러다가 그의 아내가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저런 빨리 일어나요”

농부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내가 땅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의 아내는 아픈 다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일어나다가 이상하게 생긴 돌을 보았다. 흙속에서 조금 솟아 나온 돌은 둥그스름한 것이 예사 돌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을 후비어 캤다.

“뭐야? 이것 돌로 된 종이 아니야?”

“글쎄요, 이런 곳에 웬 돌 종이 묻혀 있을까요? 참 이상도 해라”

커다란 돌 종이었다. 그들은 그 돌 종을 나무 등걸로 쳐 보았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멀리까지 은은하게 펴졌다가 산울림 되어 다시 산을 울리었다.
농부는 그 소리가 하도 아름다워 멍하니 넋 빠진 사람처럼 서 있었다.

농부의 아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버리러 왔다가 이처럼 귀한 돌 종을 얻었으니 어쩌면 이 아이가 복이 있는 아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버려서는 안 되겠어요.”

“글쎄 나도 그런 생각이 드오.”

농부는 다시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들을 업고 왔다. 이래서 그들은 아이를 버리려고 하다가 돌 종만 하나 얻어 가지고 왔다.

그들은 가난을 이기기 위하여 밤을 낮 삼아 전보다 몇 배나 더 일을 하였다. 그러다가 피로하면 그들은 훌쩍 일어나 종을 쳐 보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어찌나 크고 아름다운지 멀리 임금님이 계신 대궐까지 은은하게 퍼졌다.

“저게 무슨 종소리냐?”

임금님은 낮이고 밤이고 대중없이 울려오는 아름다운 종소리를 듣고 신하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하들도 알 리가 없었다.

“저게 무슨 종소리인지 알아 오너라.”

임금님은 신하의 말을 듣고 이렇게 분부를 했다.

신하들은 당장 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임금님에게 농부한테 들을 이야기를 했다.

“어허 그것은 그들 내외가 어머니에게 그처럼 효도를 하니까 하나님이 기특하게 여겨 그 종을 주신 모양이구나. 이 일은 나라에서도 그냥 있을 수가 없으니 상을 주도록 하여라.”

임금님은 감탄하여 이렇게 말하면서 농부에게 커다란 기와집 한 채와 쌀 쉰 섬을 주었다.

이 뒤부터 그들은 가난을 면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였다.

<자료제공=대전학생교육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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