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

약정기간

김찬옥

“어버이 날인데도 우리 딸들은 전화 한 통 없어.”

“어제 시골집으로 전화하니까 엄마 회관(노인정) 가셨다고 하던데.”

병원 다니는 일 외엔 대부분 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울 엄마
다른 노인들은 회관에서도 자식들과 통화를 한단다

팔십 노인도, 팔 세 아이도 들고 다니는 휴대폰
울 엄마도 고놈의 기계가 은근히 부러우셨던 게다

저녁 식탁에서 남편의 기분을 살피며

“엄마도 휴대폰이 갖고 싶은 가봐…”
“그럼 사드리면 되지.”

“사드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매달 내야하는 그 놈의…”
“엄마가 쓰면 얼마나 쓴다고, 요금은 내 통장에서…”

다음날 남편이 휴대폰을 사왔다
그것도 영상통화까지…

“얼마 줬어”

-계약 기간 2년, 기계 값 소멸-

청상과부로 다섯 남매를 둔 울 엄마,
벌써 팔순이 지나 수수깡 같은 뼈만 남았다

2011년 5월 11일, 우체국 택배 아저씨 다녀갔다
“엄마, 2년쯤이야 거뜬하게 넘기실 거죠?”

▲어느덧 어머니 연세가 팔순을 넘었습니다. 다섯 남매를 둔 어머니는 젊을 적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로 늙었습니다. 자식들에게 몸속의 것 다 내주고 지금은 수수깡 같은 뼈만 남았습니다.

그 어머니 대부분 시간을 마을 회관에서 보냅니다. 그런데 종종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다른 노인들은 나 보라는 듯이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니며 회관에서 자식들과 잘도 통화하는데, 우리 어머닌 “고놈의 기계”가 없어 그러질 못합니다.
시골 노인들에겐 자식이 해 준 것이라면 다 자랑거리입니다. 옷, 보약, 가전제품, 건강식품, 휴대폰…. 그 중에서도 휴대폰이 으뜸입니다. “엄마도 휴대폰 필요하지?” 하면 “난 필요 없어. 늙은이가 뭐 헌다고 휴대폰이 필요해?” 말은 그렇게 해도 그게 아니지요.

드디어 휴대폰이 생겼습니다.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는 최신식으로. 어머니 마음을 헤아린 딸이 남편과 상의해서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2년이군요. 2년이 지나야 기기 값이 소멸됩니다. 그 안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없는 살림에 휴대폰 기기 값에 대해 생각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착한 딸의 마음 씀씀이로 보아, 어머니 2년은 거뜬히 넘기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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