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망새의 통치②

팬주룽의 작은 부족 드륵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을 목도하고 오열했던 여린 청년이었던 대망새. 그러나 대망새는 아버지의 유훈을 지키려 과감하고 용감한 세상경험을 결정했다. 그의 결정은 팬주룽, 아니 노로록에 사는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한 용기였다. 대망새는 세상을 경험하며 자신에게 내재된 엄청난 힘의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되었으며, 세상의 이치를 배워나가는데도 편벽됨이 없었다.
그 결과 노고록의 동해바다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또한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보고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수많은 풍파를 이겨내고 통합된 팬주룽의 국왕인 바가나치가 된 것이다. “……”

바가나치는 솔롱고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재기를 신료들의 수장으로 삼았다. 국호는 그대로 팬주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국가는 크게 올래와 검맥질로 나누어 이원화했다. 올래에는 지싱과 촐바 그리고 올래의 부족민들을 하나로 묶어 매득에게 맡겼다. 매득을 보좌할 관리로는 강변마을의 붕근노, 올래의 름, 지싱의 가시잘에게 맡겼다. 그런 다음 대부분의 사람들을 검맥질로 이동시켜 팬주룽의 중심지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고향에 남아 있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팬주룽을 체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분야별 책임자가 필요했다. 그들의 직책을 ‘바담’이라고 하고 식량과 군대, 옷과 집, 그리고 도구를 담당하도록 했다. 바담은 ‘밭을 보호하는 담’이라는 뜻이다. 바담들의 수장인 재기는 ‘호늘바담’이라고 불렀다. 식량은 궁둥백, 군대는 소리기, 옷은 모대기, 집은 도멕, 도구는 올래에서 소리기로부터 교육을 가장 잘 받은 올바가 맡았다.

도구를 담당한 올바는 친구인 카낭의 강샘을 심하게 받아 나중에 술을 한 턱 거하게 내기로 하는 기분 좋은 거래를 했다. 국가의 중대사인 제사는 당연히 대망새가 이끌어야 했다. 법과 제도에 따른 최종 결정은 대망새가 하되 솔롱고스의 조언을 들어 신료들이 만들기로 했다.

푸른돌은 대망새의 책사가 되었으며, 배라기와 카낭은 소리기의 부장이 되었다. 대망새의 여자인 미리은은 국모가 되어 여자들을 이끌고 각 분야의 지원을 맡기로 했다. 팬주룽에서 일어난 대 전쟁이 여자들의 힘을 완전히 약화시킨 결과였다. 대망새는 이밖에도 면밀하게 사람들을 분석해 적지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불만 없이 배정시켰다. 인재를 선발할 때는 과거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기용했다. 그럼으로 대망새의 국가는 강하고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국가의 골격을 만든 뒤 대망새는 보무도 당당하게 자신의 신하들 앞에 섰다. “나는 계급을 만들어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 여러분들에게 직책을 준 것이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이 필요합니다. 나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다스려져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갈 공통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신료들은 공통된 약속을 결정의 기준으로 삼아 나라의 일을 보아야 합니다.”

“예, 바가나치.” 신료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망새는 이러한 결과를 백성들에게 알리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결정에 따라줄 것을 호소했다. 동조하는 백성들의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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