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Olympia) 가는 길

펠로폰네소스(Peloponnesos) 반도.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에서도 내륙으로 더 들어간 소백산 어디쯤에 올림피아(Ολυμπία)가 있다. 그리스 안에서는 엘리스(Elis)라고 불리는 곳이다. 여긴 지금도 들어가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아테네에서 가려면 코린트 운하(Corinth Canal)를 건너 산을 넘어 끝없이 서쪽으로 달려야 닿는 힘든 곳이다. 도시라 부르기도 작은 곳이다. 그리스 여행을 해 본 사람에게 올림피아 가봤느냐고 묻는 것은 그리스 구석구석 얼마나 갔느냐고 묻는 것이다.

산 넘고 개천 지나 턱 하고 트이는 광경에 일단 마음이 정화된다. 며칠 머물다보면 사람이 많이 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원전 776~기원후 349년까지 이곳에선 그리스 최고의 행사였던 올림픽(Olympic)이 있었다. 올림픽의 어원 역시 올림피아다. 올림픽은 로마에 기독교가 들어와 이를 국교로 삼은 테오도시우스 1(Theodosius I) 이후 사라졌던 행사였다. 이전엔 어쩌면 유럽최고 빅 이벤트였다. 이 먼 곳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고대인에게도 신앙의 꿈이기도 했다.

올림포스(Olympos), 그곳은 신의 공간이었다. 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그리스 1000여개의 연맹왕국은 4년에 한번 모든 전쟁과 갈등을 멈추고 들어와야 했다. 그렇게 들어와 경기를 끝내고 챔피언에겐 올리브관이 주어졌다. 올리브나무가 없는 곳은 그리스에 없다. 겨우 올리브 관을 받기위해 갈만한 길은 더더욱 아니었다. 먼 곳에서는 6달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들이 그 먼 길을 돌아 이곳에 온 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바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올림픽을 통해 이를 확인하려던 데 있다. 겨우 챔피언의 탄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시 같이 생각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이런 올림피아의 대머리 산을 넘어 나무가 나오는 길을 한참 달리다가 바다를 끼고 내달리면 끝없는 억새가 맞이한다. 그 어마어마한 뭉클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제우스의 신전이 있던 곳

제우스(Zeus)의 신전이 있던 올림피아는 누구 데려오기 무안하게 비어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우스의 뜻이 하늘아버지를 의미하기에 기독교가 국교가 된 로마시대 이후 철저하게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제우스 신전이라고 해봐야 기둥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고 그를 위한 올림피아 제전의 김나지움(Gymnasium)과 선수촌, 상가, 체력 단련장 등이 버티고 있는데 돌위에 남은 돌이 드물다.

그러나 올림피아로 들어서는 길부터 이미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 느낌이 있다. 두 시간 가까이 평지를 달리는 일은 가만 생각해보면 테베(Thebes)와 올림피아뿐이다. 넓은 평야에 신()중의 제일인 제우스를 모셨던 것 같다.

아름다움을 넘은 신성함이 사진에도 남아 볼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땅에 신이 있었기에 신성한 것일까, 신성해서 신을 모신 것일까. 모를 일이지만 뭉클하게 다가오는 숭고한 땅이었다. 없어도 있는 땅, 이곳은 올림피아였다.

올림피아에서 하늘에 제사는 올리는 의식이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에는 모든 그리스의 폴리스(Polis)가 참여해야했기에 반도 전체가 들썩했다. 경기 10일 전에는 도착해야해야했고 가까운 곳에서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지만 멀리 시리아나 스페인이라면 6개월 이상 걸리는 먼 거리였다. 제전이 시작되면 모든 전쟁은 멈췄고 마치고 나면 전쟁은 어느덧 공중으로 사라졌다.

한참 기다렸다 생각하면 싸울 일 하나 없다는 걸 알았던 그리스 사람들이었다. 올림피아 제전에 나가면 신전에서 빈 모든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었는데 사막 같은 산중턱에 살다가 올림피아의 햇살과 평야, 그리고 나무숲 사이를 걷노라면 소원성취를 넘어 영혼의 치유가 있었을 듯 싶다.

아버지를 위해 올림피아에 남기다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의 아버지가 필리포스 2(Philippos II)였다. 그의 도시가 성경 속 빌립보(Philippi)였다. 아버지는 스파르타(Sparta)가 두려워 펠로폰네소스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제왕의 아들로 태어난 알렉산드로스는 스케일이 달랐다. 알렉산드로스는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도시 올림피아도 정복했다. 그리곤 올림피아 신전 가장 중요한곳에 아버지를 위한 신전을 지었다. 드물게 둥근 석조건축은 신이 된 인간 필리포스 2세의 신전이었다. 이렇게 자만하던 알렉산더 역시 인간이었기에 원정을 떠난 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열병에 걸려 페르시아(Persian) 옛 도시에서 돌아갔기 때문이다.

백년도 못살 인간들이 천년의 욕심으로 산다더니 딱 그랬다. 그러나 역사는 성공한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역사는 꿈꾸는 자를 기억한다. 올림픽에 가고 싶지만 불러주지 않는, 그래서 변방의 바르바르인(원시인)이 돼야 했던 마케도니아(Macedonia)의 한()이 만든 결과였다. 얼마나 참여하고 싶은 올림픽이던가. 이렇게 차별은 사람을 독하게 만들었고 그리스의 멸망을 가져왔다.

글·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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