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헌법 31조에는 교육자치가 보장되어 있다. 교육자치제는 일반행정으로 부터의 분리·독립과 중앙으로부터의 자치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여 지방의 특성과 주민의 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1991년 제정되었다. 따라서 교육관계 당사자인 학생, 교원, 학부모, 주민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자치적으로 운영해 가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학교 자치는 크게 왜곡되어 있다. 우선 중앙정부의 행·재정적 권한이 커서 사실상 지방교육청은 대부분 국가의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수준이고, 더구나 단위학교는 명목상 책임주체일 뿐 권한은 미미하다. 교육부 장관은 지속적으로 정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교육행정에 미치고 있고, 교육감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비정치적 선거제도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특정 정당과 연계되어 있어 사실상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출발한다. 시·도지사나 시장·군수도 교육예산의 편성 및 감독권을 행사해 일선 학교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단위학교에서도 과거에는 교육의 전문성을 이유로 교육공급자인 교사와 학교장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오늘날에는 교육청과 일부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으로 교육의 방향성이 왜곡되고 교육부실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자치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야만 하는 길이지만 교육관계자 모두에게 두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공교육에서는 중앙정부의 획일적 교육정책이 효율적이었으나 개성과 창의력이 중요시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개인의 재능이 중요하므로 획일적인 대입제도와 일방적인 교육프로그람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학도 독자적인 교육목표와 프로그람을 만들어 다양화하고, 초·중등교육도 개성 실현을 위한 다양한 맞춤식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공교육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특별시·광역시·도에서 관장한다. 교육부의 유·초·중등교육 사무가 광역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된 것이다. 그러나 교과목 설정 및 수업시수, 교사의 선발 및 징계권 등 인사업무 등 자치권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교육감 자치업무는 10%도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단위학교의 자치권은 명목상으로는 확대되어 있으나 시·도교육청의 잦은 간섭과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으로 권한은 없고 책무만 강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진정한 교육자치가 이루어지려면 첫째, 헌법의 교육자치권에 보충성의 원칙을 도입하여 중앙정부는 교육정책을 지시, 통제하지 않고, 지역적 균형성을 고려한 재정 지원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 둘째,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정부도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분리·독립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의 교육연수를 확대하고, 교실내의 교육활동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넷째, 교육주체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교육활동의 기획, 운영 및 평가, 학칙 제정의 자율권을 단위학교에 과감하게 넘겨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갖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의 기회균등, 평준화, 무상급식, 보편성교육 등 평등한 교육환경 확보가 핵심과제였다면 앞으로는 교육주체의 참여와 책무, 개인의 재능과 창의적 역량을 공교육에서 해결하고, 헌법이 제시하는 실질적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교육은 보수와 진보 등 이념적 편향이나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교육 자치는 중앙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예산권과 조례제정권을 가진 시·도지사와 의원, 교육감 등 지방정부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교육자로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 헌법적 가치를 실천할 시·도지사, 의원 및 교육감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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