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발생한 모든 질환 연장선상까지 책임져야죠”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습니다. 부인암 등 자궁에 생긴 문제에 있어서는 다 해결을 하고 있거든요. 환자의 삶은 수술 후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입니다. 삶의 질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송민종 교수는 산부인과 교수로는 드물게 림프부종 수술을 도맡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 치료 후 발생되는 림프부종을 고난도 림프정맥 문합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한 송 교수는 “자신을 찾았던 환자에게 발생한 모든 질환의 연장선상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다”며 겸손히 말했다.

다리의 림프부종은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의 치료를 위해 골반림프절 절제술이나 골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 경우 다리의 림프액 순환 경로가 차단되면서 환자의 약 20~40% 정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그동안 림프부종 환자들은 림프마사지, 물리치료, 압박스타킹 착용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밖에 없어 부종으로 인한 뻐근함과 압박감, 열감뿐만 아니라 감염질환에 노출돼 있었다.

송 교수는 이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림프부종이 있는 다리의 사타구니 부위에 4~5㎝정도의 작은 절개창을 낸 뒤 미세현미경으로 다리의 미세림프관을 정맥으로 연결해 림프액 순환을 정상화시키는 고난도 림프정맥 문합술을 하고 있다.
송 교수는 “부인암 치료 중 림프절 절제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절반 정도가 골반으로 들어오는 순환경로가 차단이 된다”며 “림프절이 손상이 되면 재생 능력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초기엔 괜찮다가 나중에 몇 년 지나 생기는 경우도 있고, 방사선 치료 후, 섬유화가 진행이 돼서 림프순환경로가 차단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집안일을 하기 힘들어지고, 다리모양이 변형돼 옷을 입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림프액이 차는 림프부종은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심한 통증까지 동반된다. 일상생활에 상당히 지장을 주지만 부인종양과적으로 발생한 병은 치료를 했기 때문에 림프절 관리는 사실상 환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송 교수의 판단만은 달랐다. 붕대나 압박스타킹, 부종완화 요법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의 환자들의 삶의 질에 주목하고 림프정맥 문합술을 연구한 것이다.

송 교수는 “림프부종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것이 5년 정도 된 것 같다”며 “2013년부터 여기저기 논문을 찾아보고 성형외과 일본 동경대 술기를 보고, 기관윤리 심사를 받은 후 얻은 태반으로 다양한 크기의 혈관을 잇는 연습을 했다”고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연습을 상당히 오랜 기간 한 후, 스웨덴으로 연수를 갔을 때 림프부종 수술 대가를 만났다”며 “단순히 연습만 하던 것을 어떻게 해주면 좋게 연결할 수 있는지, 외래 환자를 보는 법까지 운이 좋게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가 성공한 림프정맥 문합술은 초기의 림프부종 환자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다리의 변형이 동반된 진행된 림프부종의 환자의 림프부종의 진행을 막고 부종으로 불어난 다리 부피의 20~25% 정도를 감소시켜 주는 효과를 확인했다.

송 교수는 “내가 뛰어나서라기보다 저지른 환자는 해결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다만 어디에든 림프부종 환자는 많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대부분 이 수술을 하진 않는다. 근데 저는 림프부종이 진행된 환자를 한 번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끝을 본 사람을 둘 수가 없었다. 자궁 문제에 있어선 다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웃어보였다.

송 교수는 림프정맥 문합술 외에 또 다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법적으로나 윤리적인 문제로 논란이 있는 ‘자궁이식’에 대한 연구다. 그는 스웨덴 이과대학 고덴버그 의과대학에서 연수를 하며 ‘절대자궁인자에 의한 불임치료를 위한 인간자궁이식수술에 대한 술기 및 환자관리방법 습득’, ‘절대자궁인자에 의한 불임치료를 위한 생체조직공학적 자궁조직 이식편 개발’ 등을 연구했다. 이 연구 역시 그는 “다만 책임을 지려는 것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송 교수는 “부인암 환자들의 경우 임신을 하고 싶고, 해야 하지만 자궁을 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있다”며 “자궁이식을 통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으로 그 환자들의 책임을 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자궁이식은 국내에서 이뤄진 적이 없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해외에서도 일반적이진 않다. 자궁 이식 후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나라가 스웨덴이 선두주자다. 현재까지 7가지 케이스 중에서 8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에서 자궁이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자궁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완벽히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연구 성과만 필요해서 모으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는 “장기이식법 관련 법규를 보면 이식할 수 있는 장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으고 있다‘며 ”신의료기술 신청 등의 과정을 거치는 데까지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가톨릭대학병원의 특성상 종교적인 기관윤리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지만 인공적으로 임신을 시키지 않는다면, 이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 교수는 “여러 과정들이 필요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고, 자궁이식과 관련해서 면역억제 치료를 하지 않고 임신과 출산을 유도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인공자궁을 개발하는 것 등을 고텐버그 의대팀하고 공동 연구 중에 있다”며 “가임기 여성 중 자궁을 잃고 임신을 포기하는 여성은 1년에 몇 천 명 이상은 될 것이다. 넓혀서 생각해보면 출산 중 산후출혈로 자궁을 잃은 사람들, 불임치료를 했지만 임신이 안되는 사람들은 최후의 수단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송 교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는 반대론자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반대론자도 있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며 “나 같은 경우는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게 돼서 그 간절함을 안다. 그들에게는 꼭 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의사와 학자로서 정직한 신념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송 교수는 “환자들의 성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파악해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좀 더 방법론적인 것들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며 “의사는 정직한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기본인 정직함을 지키는 의사로 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약력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전문의(전)
사북연세병원 산부인과 과장 및 진료부장 역임(공중보건의사)(전)
대한산부인과학회 정회원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학회 정회원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정회원
대한암학회 정회원
유럽부인종양학회(ESGO) 정회원
미국부인과복강경학회 정회원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대전·충청 최초 복강경 수술=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는 1992년 충청권 최초로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2004년에는 부인종양 클리닉, 단일공 복강경 수술센터가 문을 열었으며 2011년에는 최소침습 클리닉이 개소했다. 이러한 성장을 토대로 2018년 현재 부인과 관련 거의 모든 수술은 복강경 및 최소침습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 케이스도 지역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최근에는 송민종 산부인과 교수가 중부권 최초로 부인암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다리 림프부종을 치료하는 미세현미경 림프정맥 문합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로 초기의 림프부종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다리의 변형이 동반된 진행된 림프부종의 환자에서는 림프부종의 진행을 막고 부종으로 불어난 다리 부피의 20-25% 정도를 감소시켜 주는 효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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