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당찮게도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을 외쳐대는 확성기 소리가 곳곳에서 시끌벅적하다. 모두가 지방자치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 후보자들이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사회불안 선동과 실정법을 어긴 범법 전과자들까지도 넉살 좋게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을 외쳐대고 있으니 선량한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

이번 선거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선거다. 그런데도 후보자들 대부분 중앙정치권력에 등을 기댄 허욕놀이에 편승하고 있다. 유치하게도 중앙권력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선전하는 게 능력이고 자랑인 줄 안다.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중앙정치권력에 매달리면 지방자치를 스스로 무시하고 포기하는 꼴이다.

이제 지방자치 연륜도 약관(弱冠)을 넘어 이립(而立)의 경지에 이른다. 적어도 지방자치 일꾼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양심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때만 되면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만 외쳐대는 파렴치한 구두선(口頭禪)은 이제 식상하다. 아직도 “민주주의”를 외쳐대는 무리들 속엔 불순세력, 위선자들이 설쳐대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극성으로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을 외쳐대는 후보들 상당수가 진실과 능력이 의심스럽다. 심지어는 국방의 의무마저도 면탈한 의혹을 시민들에게 감추는 위선자도 포함돼 있다. 자기 책무도 제대로 못하면서 선거 때마다 민심을 속여먹는 무명(無明)의 후보들은 차라리 순박한 무지(無知)만도 못하다.

이번 선거도 곳곳에서 장밋빛 대포 공약들이 요란하다. 중앙정부 장·차관들도 불가능한 공약들을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후보들이 함부로 쏟아내고 있다. 정부 예산도 마음대로 끌어오고, 지역 개발도 마음대로 하겠다고 소리치고 다닌다. 실현성 없는 거짓 공약으로 표심을 흔들고 유혹하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분명한 위선이고 사기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후보자들의 거짓 공약에 숱하게 속았다. 또 사회 혼란 충동질이나 일삼으며 민생을 외면해온 중앙정치집단의 무명 행태에도 속았다. 개혁대상자들이 개혁을 떠들었고, 적폐청산 대상자들이 적폐를 떠드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도덕적 이정표가 돼야할 전직 대전 시장·충남지사가 그랬고, 또 그들을 추종하고 비호하던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이젠 표심들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지방의 표심이 건강해야 지방자치도 건강해질 수 있다. 충청권의 표심은 미지근하고, 선거 때마다 책임 없이 뱉어내는 후보들의 공약 유혹에 쉽게 흔들려왔다. 그동안 장밋빛 공약에 유혹돼 숱하게 농락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어정쩡한 표심을 노린 중앙정치집단의 사기극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 기반도 지금까지 자리잡지 못한 채 중앙통치권에 종속되고 있다. 줏대 없는 표심 분열로 선거 잘못이 불러온 후유증임을 충청권 유권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는 자치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절대절명의 기회다. 중앙정치에 종속돼서도 안 되고, 특정정당의 텃밭이 돼서도 안 된다. 줏대 세운 유권자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번엔 양심과 능력을 가진 자치 일꾼을 세워야 한다. 선거 때마다 습관처럼 나타나 “내가 능력자”, “내가 양심가”를 떠드는 정치중독자들도 배제시켜야 하고, 시민들에게 상습적으로 거짓말하는 위선자들도 배척해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은 독감바이러스보다 더 큰 병리현상을 낳는다. 유권자들도 이젠 후보들의 양심과 능력, 정당의 이념과 성향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를 잘못하고 뒤늦게 후회·불평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투표 권리를 행사하면서 양심과 능력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지혜다. 이번에 또다시 속아선 안 된다. 국운과 직결된 문제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의 진정성을 심각하게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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