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끈끈한 협력문화가 20년 탄탄대로 원동력”

황규관 대한중공업 대표

공장 벽면에 붙은 ‘남을 친절하게 대할 때, 내가 더 행복하다’는 큼지막한 문구와 회사 홈페이지의 ‘평생 AS’라는 소개 문구가 왠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대한중공업 황규관(58) 대표의 경영철학엔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두둑이 담겨 있다. 이름값을 못하는 일부 기업의 갑질 논란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요즘,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신념의 바탕 위에서 기업을 일궈가고 있는 황 대표와의 만남은 우리 사회 대표 기업의 모델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 용기 있는 발걸음
충북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황 대표. 산 좋고 물 좋은 산골에서 자란 그가 도시로 흘러들어온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꿈’(희망)이었다.

“당시 우리 세대 대부분은 어릴 적을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지 않을 거면 외지로 나가곤 했죠. 학창시절 또래 친구들은 장래희망으로 대통령, 군인, 경찰 같은 걸 언급했는데 저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전의 한 전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청춘의 시작에서 마주했던 낯선 도시, 대전은 이후 그의 삶에서 떠날 수 없는 둥지가 됐다. 대학졸업 후 대전의 굴삭기 정비업체에 취업해 이곳에 안착하면서다. 기술을 가진 직장인의 삶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 안락한 삶에서 뛰쳐나왔다. 1997년의 일이다. 대한중공업을 설립해 사업가로 도전장을 내민 거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사업에 도전한다는 건 적잖은 모험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부모님 도움으로 시작한 게 아니어서 집 전세를 사글세로 돌리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직장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시작 했기에 한번쯤 쓰러진다 해도 재기할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실패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주변의 조언과 응원도 새로운 시작을 하는 황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물론 첫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대한중공업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환경은 척박했다. 당시 굴삭기 관련 부품을 주로 일본에서 수입을 해오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제휴를 통해 해외 기술을 전수받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복제를 넘어 내면의 온전한 기술을 습득하는 건 끊임없는 실패를 넘어서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대한중공업은 대표와 직원이 똘똘 뭉쳐 그 어려운 일을 이뤄냈다.

“처음 기술제휴를 통해 물건을 만들 때 모양은 똑같았지만 내구성이 확연히 떨어졌어요. 그러나 나름의 노력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갔고 점차 중장비 부품을 국산화시켜 나갔습니다.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죠.”

#. 꾸준한 성장 비결은 ‘직원, 그리고 상생’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 1990년대 말 우리 산업계는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파고에 휩쓸렸다. 매섭게 몰아치는 파고 위에서 대한중공업 특유의 기술력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발상의 전환은 힘든 시기를 뛰어넘어 성공의 싹을 틔우는 바탕이 됐다.
“IMF 때는 모든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죠. 대한중공업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술력이 있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가성비’라고 하죠.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기술·품질 경쟁력이 IMF 외환위기에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전화위복이 된 거죠.”

위기에 자리를 잡은 대한중공업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다. 1997년 굴삭기용 링크를 생산했는데 다음해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 우수 링크로 지정했고 2000년 굴삭기용 어태치먼트 6종, 2년 뒤 10급 대형링크를 개발했고 2004년 중소기업 우수업체로 지정됐다. 2007년엔 굴삭기 어태치먼트류 그랩 6종에 대한 특허출원을 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2015년 무역의 날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황 대표는 그 공로를 ‘운’과 ‘직원의 협력’으로 돌렸다.
“굳이 어려움이란 표현을 쓸 일이 없을 정도로 지난 20년간 꾸준히 성장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운 일수도 있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직원의 협력이었습니다.”
기업가로서 큰 꿈을 꾸지 않는 CEO가 있을까. 그런데 황 대표의 목표와 지향점은 의외로 소박하다.

“큰 꿈은 없습니다. 대신 모두가 함께 걷는 길을 묵묵히 갈 뿐이죠. 가족, 직원들과 오래오래, 안전하게 같이 상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한중공업엔 직원 정년이 없다고 황 대표는 못 박는다. ‘회사에 있을 수 있는 한 끝까지 함께 가는 그 길의 끝이 곧 정년이다.

“직원과 제 생각이 같은 것 같아요. 회사 이직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동종업계로 옮긴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 유망 中企, “도전의식이 생겨 좋다”
대한중공업의 대전시 유망중소기업 선정은 황 대표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듯 보인다.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건 회사의 자랑인데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도전의식이 생겨 좋았다는 겁니다. 누구나 다 선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동기부여가 되고 이를 원동력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거죠. 더 힘을 내 더 비전 있는 회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가시밭길을 걸어온 그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 누군가 그 고민을 덜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직원과 CEO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강의 프로그램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소벤처기업부라든지 상공회의소 같은 기관·단체에서 이런 자리를 많이 마련하는데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고 배경지식을 넓힐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관점이 바뀌면 마인드도 바뀌거든요. 그러면 풀리지 않았던 문제나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거쳐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황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전해줄 조언도 켜켜이 쌓아두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끈기’와 ‘의욕’을 언급한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여러모로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끈기와 의욕이 부족한 것 같아요. 먹고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시절엔 끝을 보는 오기가 있었는데 요즘엔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포기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해라. 그래야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답은 분명히 있는데 포기하면 그 답을 잃어버리는 거잖아요.”

글=곽진성 기자 사진=전우용 기자
 

물건을 집은 후 굴적(각도조절) 작업이 가능한 코끼리 집게

대한중공업(http://www.daehan-at.com/)은.
유성 테크노2로 240에 위치한 중장비 집게 어태치먼트 회사로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소통을 위한 신뢰, 성장을 위한 도전, 최고를 향한 열정이라는 경영이념을 핵심가치로 두고 있다. 1998년 창립 이후 2011년 벤처기업인증을 받았고 2015년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지역 사회에 기반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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