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여! 좌절에 고개 숙이지 말라

김선영 작가의 ‘내일은 내일에게’를 읽고 나서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 한 편의 영화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텅 빈 방안에 홀로 남겨진 소녀, 아이를 짓눌렀을 차가운 공기와 두려움이 떠올라 연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소설은 어른이 된 김선영 작가가 십대의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청소년만 읽으라는 편견은 오해였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나 또한 작가처럼 내 청소년기를 돌아보며 아직도 남아있는 내 마음속 어린 나를 다독여주게 되었고, 지금 불안하고 힘들게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주인공 ‘연두’를 보면서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는 주인공 ‘연두’를 혹독한 환경에 밀어 넣고 그 환경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연두를 그려냈고, ‘카페 이상’의 아저씨를 통해 따뜻한 희망을 찾아낸다. 저지대의 허름한 집 앞 2층 건물에 세련되지도 않고 멋도 부리지 않은 아날로그 카페를 배경으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누구보다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열일곱 연두의 이야기. 새 엄마에게마저 버림받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커피 향기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가게 된 연두는 생각지도 못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엄마에게 버림받고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엄마를 찾으러 온 마농, 빨간 우체통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친구가 되어가는 유겸과 연두 등 ‘카페 이상’은 만남과 소통의 장이며, 퍽퍽한 연두의 삶에 희망을 심어주는 곳이었다. ‘카페 이상’은 누군가에게는 현실을 살아가야 할 일거리를 주기도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 그리는 공간이 되기도, 고양이들에게마저 안식처가 되어주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공간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런 카페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부유층과 서민층, 왕따, 아동폭력, 해외입양아와 노숙자, 건물주와 세입자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독후활동이나 토론 도서로도 활용하기에 좋을 책이다. ‘내일은 내일에게’를 통해 10대의 아픔을 견뎌내고 있는 연두를 만났다. 차분해서 우울해 보이고, 힘들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연두, 그렇지만 그녀는 오늘을 오늘답게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내일은 내일에게 맡겨, 그냥 오늘을 잘 살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일이 걱정되고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될 때 “그래, 내일은 내일에게”라고 주문처럼 외워보자. 이인하<금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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