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의 벧엘이야기] 이OO 집사님의 감사헌금
[원용철의 벧엘이야기] 이OO 집사님의 감사헌금
  • 금강일보
  • 승인 2018.06.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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벧엘의집 희망진료센터는 창립 이래 19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무료진료를 실시한다. 지난 토요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기진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울안공동체에서 생활하시다가 지금은 주거지원을 받아 매입임대주택에서 생활하시는 이OO 집사님이 내 방 문을 두드린다. 이 시간에 나를 개인적으로 찾아와 상담을 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무슨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이분도 또 무슨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으로 맞이했다.

일상적인 벧엘의집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를 찾지 않는다. 자활시설에서 생활하시는 가족들은 울안공동체 선생님을 찾으면 되고, 쪽방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쪽방상담소 선생님들을 찾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희망진료센터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나를 찾는 사람들은 이미 선생님들에게 이야기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그분들에게 이야기하기에는 자신들도 생각하기에 너무 무리하다 싶은 경우 나를 찾아온다.

사실 이OO 집사님도 얼마 전 진료소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지원받았기에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희망진료센터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해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나를 만나려고 하니 당연히 선생님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어떤 부탁을 하시려나 보다 하고 생각할 수밖에…. 그런데 뜻밖에도 그분의 방문은 도움을 요청하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백내장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신 것이다.

이 집사님의 정확한 과거는 잘 모른다. 다만 처음 벧엘의집에 오셨을 때 상담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포항에서 식당을 했었지만 장사가 잘 안돼 빚만 늘어나게 되자 가족 간에 불화가 심해져 식당을 정리하고 부인과는 이혼하고는 대전으로 오셨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 전에 벧엘의집과 인연을 맺고 한 동안 쉼터인 울안공동체에서 생활하시다가 중고트럭을 장만해 고물 수집을 통해 모은 돈으로 쪽방을 얻어 자활하신 분이다. 그러다가 지금은 주거지원을 받아 단신가구 매입임대주택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아프면 희망진료센터에서 치료받고 쪽방상담소를 통해 각종 물품 등을 지원을 받으며 열심히 고물 수집을 통해 생활을 꾸려가고 계신 것이다. 그런데 그만 한쪽 눈에 백내장이 심해져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다행히 유성사거리에 있는 새봄안과 이승용 원장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결과도 좋아 시간만 지나면 완전하게 회복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눈 수술을 받고 다시 보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여 울안공동체에서 생활할 때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빈들감리교회에 자기 대신 감사헌금을 해 달라며 내게 감사헌금봉투를 내미신다. 겉에는 '하나님 다시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O교회 안수집사 이OO'이라고 적혀 있다. 감사헌금을 하려면 현재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하는 것이 보통인데 굳이 울안공동체에서 생활할 때 다녔던 교회에 감사헌금을 해 달라니, 그것도 자신이 직접 하는 것도 아닌 내게 대신 부탁하는 저의가 무엇일까?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하나님과 빈들교회 하나님이 다른 걸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감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도움을 받지 못할까봐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의미로 대신 현재 출석하지도 않는 교회에 감사헌금을 해 달라는 것일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순수함이 절로 느껴진다. 두 교회의 하나님이 달라서도 아니고, 다시 도움을 받지 못할까봐 그런 것도 아닌 그저 백내장 수술을 받은 것 자체가 너무도 감사하여 당신 나름대로 마음을 표현하신 것이다. 그저 자신의 요구만 늘어놓으면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필요한 것만 해결해 내라고 하고는 문제가 해결되면 끝. 그러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찾아와 생떼를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OO 집사님은 당신 방식으로 당신 생각만큼 감사를 표현한다. 조금은 생뚱맞고 엉뚱하지만 마음가는대로 고마움을 표현하신 것이다. 이OO 집사님, 감사합니다. 오늘 난 당신 때문에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샬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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