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세상에 다시 평화가 온 듯하다. 온 종일 웅웅거리던 선거 차량들도 사라졌고, 울긋불긋 거리를 채웠던 선거운동원들의 몸짓도 끝났다. 당락에 따라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명암이 교차할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당락 못지 않게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있다. 바로 선거비용 보전제도이다. 그것은 국가가 선거 이후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후보에게 홍보물 제작비와 방송 광고, 방송 연설비 등 선거운동에 들어간 비용을 대신 갚아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에게는 기탁금과 선거비용 전부를 되돌려준다. 10~15% 이내 득표한 후보에게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되돌려준다. 10%의 미만 득표한 후보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니 낙선의 아픔이 배가되는 셈이다. 그래서 낙선해도 대체로 선거 비용의 전액 또는 절반은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유력 정당의 후보자들은 선거 비용을 지출하는 데 아낌이 없다. 반면, 신생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의 경우 선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후원금을 최대한 모아야 하고 선거운동도 무급 자원봉사자들로 대신한다.

결국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부자 정당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정당은 빚에 허덕이게 된다. 신생 정당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선거제도 때문에 당선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선거 비용은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한 수단의 하나라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선거 비용 보전은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타개하고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후보자들에게 골고루 지원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도 모든 후보자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방송토론회는 대부분 원내 정당의 시장, 구청장 후보들에게만 열려 있다. 신문이나 방송은 기성 정당과 후보자들의 움직임은 일일이 보도하면서도 작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에게는 매우 인색하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현행 선거제도는 힘 있고 돈 많은 기성 정치인들이 권력과 부를 대물림하는 체제다.

우리나라는 만 19세가 되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지며, 모든 유권자에게 똑같이 1표를 행사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선거, 평등선거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정치학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경제적 계층(주관적 계층)이 최상위 계층이라고 응답한 층에서는 91.1%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최하위 계층에서는 34.3%만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투표 참여 의지가 무려 3배 가까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조사에서 자기 소유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62.6%와 46.7%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격차 또는 정보 소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다양한 정보들이 소통하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 수준과 생활 환경을 갖는 사람들 차지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공간에 들어설 시간이나 여유가 없거나 때론 암묵적으로 배제된다.

유권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 정치적 힘을 부여하고, 그 결과로 자신들의 삶의 조건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선거다. 우리 현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거를 통한 사회 개혁 참여를 제약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이라면 더 낮은 데서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선거가 아니라 일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선거제도 개혁도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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