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벽 절감한 한국당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선거에선 충청권 곳곳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록적인 집권여당의 압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직을 싹쓸이했던 4년 전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했다. 대전에선 민선자치시대 개막 후 한 번도 여당 후보가 시장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다는 징크스가 깨졌다.

대전시장 선거판을 달군 허태정 후보의 ‘발가락 사태’(병역 기피 의혹 및 장애등급 판정 부정 의혹)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몰락(성폭행 의혹 폭로), 구본영 천안시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의 각종 악재도 충청권에 불어닥친 거센 민주당 바람을 막지 못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극적으로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무드를 무르익게 하며 민주당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민주당은 권선택 전 시장과 안 전 지사의 불명예 퇴진으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충남지사 선거에 재선 유성구청장을 지낸 허 후보,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양승조 후보를 내세워 지역민들의 재신임을 받았고,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는 각각 재선, 3선 고지에 올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 4년을 함께하며 시대적 화두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던 당정의 계획은 무산됐지만,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도 충청권 지방정부 장악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민주당에 무릎을 꿇으며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은 충격에 빠졌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발목을 잡혀 4년 내내 재판을 받으며 대전시정을 정체시키고 혼란에 빠트린 권 전 시장,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며 충남도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안 전 지사의 소속 정당 민주당에 대해 매서운 심판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지만 지역 민심은 냉담했다.

대전 민선 4기 시정을 책임졌던 박성효 전 시장, 충남에 6선 국회의원을 지낸 ‘피닉제’ 이인제 전 의원을 후보로 옹립해 민주당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구태정치를 하는 정당,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문재인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정당으로 각인되며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지지율을 얻지 못한 채 세 대결에서 민주당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충청권 3곳(충남 천안갑 및 천안병, 충북 제천·단양)에서 펼쳐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야당에 우위를 보이며,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다.

이에 따라 2년 뒤 치러질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집권여당의 힘을 공고히 해 충청권 의석을 독식할지, 한국당이 열세를 딛고 진정한 보수 혁신으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6·13 지방선거를 통해 충청권에선 ▲대전 92명(시장 1명, 시교육감 1명, 구청장 5명, 시의원 22명, 구의원 63명) ▲세종 20명(시장 1명, 시교육감 1명, 시의원 18명) ▲충남 230명(도지사 1명, 도교육감 1명, 시장·군수 15명, 도의원 42명, 시·군의원 171명) ▲충북 177명(도지사 1명, 도교육감 1명, 시장·군수 11명, 도의원 32명, 시·군의원 132명) 등 민선 7기를 이끌어갈 총 519명의 일꾼이 선출됐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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