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청장·부여군수 선거서
두명의 박정현 현역 꺾고 승리
전통적으로 보수색 짙은 지역
진보단체장 당선 이변 연출도

생물학적 성(性)만 다를 뿐 이름도 같고 64년생 용띠, 나이도 같다. 소속 당도 같고 보수 텃밭에서 현역을 꺾고 최초로 진보의 깃발을 꽂은 것도 꼭 닮았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당선인과 박정현 부여군수 당선인의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대덕구청장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대전 최초 여성 구청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대전지역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덕구에서, 그것도 재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박수범 후보를 제쳤다. 대전을 넘어 충청권을 통틀어도 여성 기초단체장은 박 당선인이 처음이다.

충청권에서 6·1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박 후보를 포함해 4명이었다. 충남 홍성군수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최선경 후보가 도전장을 냈지만 보수의 벽을 넘지 못 했다. 세종에선 자유한국당 송아영 후보가 민선 첫 충청권 광역단체장에 도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충북 진천군수 선거에서도 무소속 김진옥 후보가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대전시의원(지역구 서구)이었던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대덕구청장으로 출마하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상대 후보의 견제를 받아야 했다. 특히 대전 자치구 중 유일하게 2파전으로 대결 구도가 잡힌 데다 남-녀 성 대결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대덕구는 최대 격전지로 조명받았다. 박 당선인은 대덕구민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환경 문제와 도시재생사업 등을 개선하는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사로잡았다.

박정현 부여군수 당선인은 충청지역 보수의 심장인 부여에서 민선 첫 진보단체장 당선의 쾌거를 이뤄냈다. 보수정치의 거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고향인 부여는 보수의 텃밭, 진보의 무덤으로 회자됐지만 이번에 박 당선인이 처음으로 진보의 깃발을 꽂으면서 더 큰 의미를 부여받았다.

박 당선인은 안희정 충남지사 시절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경험을 앞세워 ‘민주당이 한 번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부여에서 지방의 적폐를 바로 잡겠다’며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고 그 바람몰이를 ‘당선’으로 결실을 맺었다. 피 말리는 접전 끝에 현직 프리미엄까지 뚫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박 후보의 당선은 지역 선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부여를 지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도시, 더불어 행복한 도시, 든든한 부여로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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