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 『 밸런스토피아 』 저자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는 수많은 기록들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곳을 싹쓸이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수도권 전체를 접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당과 여러 면에서 어색하기만 했던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민주당의 일방적 승리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민주당이 압도했다. 지방선거는 흔히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민심을 얻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은 1998년 이후 지방선거 첫 승리, 그것도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압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이슈가 결정적이었다. 한반도 이슈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더할 나위 없이 중대한 사안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 유·불리를 따져 대처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흐름을 “김정은과 남쪽 주사파의 숨은 합의”, “위장 평화 쇼”라며 과거 색깔론 프레임으로 평가 절하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잇단 막말은 한국당 후보들조차 얼굴을 찡그리게 하고, 홍 대표의 선거지원 유세를 반대하는 지경으로 몰고 갔다.

또한 한국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무참한 패배를 맛보고도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관성 있게 보여준 것이라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며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이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문제는 이미 감지됐다. 하지만 한국당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여전히 밀어줄 것으로 착각했고, 그 착각은 무참히도 깨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기록의 승리를 거둘 만큼 최고의 정치를 펼쳐왔을까? 민주당의 압승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행진 지지도의 덕을 크게 봤다. 정부·여당의 리더십은 촛불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뒤처지는 부분들이 수두룩한 게 사실이다. 청년실업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고,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이랄 수 있는 양극화 해소도 되레 악화일로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선거 압승 요인은 한반도 평화 바람이다.

한반도 평화 무드가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신속하게 추진키로 합의했으나 이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나 로드맵은 안 보이는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는 대가의 첫 번째 조치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덜컥 말했다.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유사시 대비가 어렵게 된다. 연합훈련의 중단은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미국 유권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자칫 북핵 문제가 꼬이고 한반도 안보가 더 불안해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정부·여당은 부정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정부·여당이 독점하기보다는 진보는 물론 야당과 보수의 지혜와 힘도 더해 풀어가야 한다. 필자의 지론대로 대북통일정책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여당이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한반도 문제는 국민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 사실, 일반 사안에서도 집단지성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청와대 안에서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대통령과 참모들 간, 참모와 참모들 간 소통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때 국정의 중지(衆智)가 모아지고, 창의력이 솟아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내각과 여당, 공직사회, 그리고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통 큰 리더십은 선거 승리에 도취해 빠지기 쉬운 집권당의 오만을 배격한다. 이제라도 협치를 본격화해야 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던 한국당은 10년 만에 쪼그라들고 말았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정부·여당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균형의 가치를 살려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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