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지루했던 ‘6·13 지방선거’가 마침내 그 막을 내리고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새 장을 열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자는 당선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주위로부터 축하를 받느라 여념이 없겠지만 패한 자는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딱히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 차 있을게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 모두 예산에서 태어나 고향을 지키며 고향의 발전을 간절하게 바라는 예산군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선거 때는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일단 그 싸움이 끝났으면 온전히 군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승자는 패자를 위로해주고 패자는 승자가 이 고장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마음을 합해주어야 한다.

특히 승자의 경우 자신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군민의 승리임을 인식하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뽑아준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냥 승리에만 도취되어 있을 겨를이 없다. 군민에게 한 자신의 약속을 기억하고 무엇부터 어떻게 실천에 옮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역대 선거를 비추어 보면 패자일수록 군민에게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스스로 몸을 낮추지만 승자는 그렇지 않다. 처음 1년 정도는 마치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다소곳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닭으로 변하면서 공무원을 집사(執事) 다루듯 한다. 군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반짝거리며 가슴에 달려 있는 의원 배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만지작거리거나 바라보면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길게는 1년 이상 다리품 팔면서 일 년 열두 달을 정월 초하루처럼 마음 졸이며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보상쯤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직은 보상받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이 한 몸 바쳐 봉사를 하겠다며 제돈 써가며 자청한 고행의 길이다.
당선이라는 승리감에 빠져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망각한다면 그 사람의 미래는 여기서 끝이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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