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밑바탕 ‘흔들’ … 국내경제도 ‘휘청’

한국이 이뤄낸 ‘한강의 기적’은 전 세계가 놀랄 정도의 위상이다. 그 중심엔 건설업이 있었다. 건설업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고 결국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으며 경제대국 12위로 우뚝 섰다. 건설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간 국내 경제를 이끌던 건설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복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심의과정에서 깎였고 결국 관련 일자리는 줄었다. 건설업에서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장산업이지만 국가가 나서서 농업을 장려하는 것처럼 건설업 역시 국가가 직접 나서 육성시켜야 한다. 건설업에 불황이 닥치면 결국 경제성장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이 처한 상황을 살피고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경제성장의 근간인 건설업
건설업이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이유는 많은 일자리 창출이다. 건설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서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 7000개 중 30% 이상인 11만 5000개 일자리가 건설업에서 창출됐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고용유발계수 역시 건설업은 10.2명으로 산업 평균 8.7명을 웃돌았다. 즉 건설업은 밑바닥 경기를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란 얘기다. 건설업의 중요성은 지표로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15년을 기준으로 산업별 노동소득분배율을 비교한 결과 건설업은 0.89로 전체 14개 업종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산업의 부가가치(GDP)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설업 노동소득분배율 0.89란 뜻은 건설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1원 가운데 0.89원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건설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최근 20여 년간 추세를 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건설업 노동소득분배율은 1995년 0.75에서 1998년 0.8로 오른 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0.91을 기록했다. 2015년엔 줄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산업보다 높고 추세적으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농·임·어업은 0.77에 머물렀고 공공행정·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도 0.76로 나타나 건설업보다 낮았다. 제조업 역시 건설업의 절반 수준인 0.54였다. 건설업은 건설현장에서 임금 지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서민층에게 일종의 낙수효과가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건설업이 어려워지자 국내 경제 휘청인다
국내 경제성장이 최근 주춤거리는 실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창출 효과와 낙수효과도 크지만 최근 들어 건설업은 불황을 맞아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2.8%다. 2016년 4분기 2.6% 이후 5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뜻으로 3%대 경제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경제성장이 줄어들 거라 예상되는 이유는 낮은 투자 때문이다. 올 1분기 설비투자 부문 증가율은 전기 대비 3.4%를 기록했지만 속보치(5.2%)보단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율은 7.3%인데 이 역시 앞선 속보치(9.2%)를 밑돌았다. 2016년 4분기 3.3%를 보인 이후 5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결국 건설업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투자 부문의 낮은 지표는 건설업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낮아져서다. 경제활동별로 본 GDP의 경우 건설업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까지 떨어졌다. 15분기 만의 최저치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10% 안팎 성장률을 보이다 지난해 4분기(2.7%)부터 급락했다. 즉,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는 건설업에 대한 낮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한은뿐 아니라 한국개발원의 보고서도 건설업의 불황을 심각하게 내다봤다. ‘2018년 KDI 경제전망’에 따르면 국내 경제는 올해 2.9%, 내년 2.7% 성장률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KDI는 올해 성장률 3% 달성이 어렵다고 본 주된 이유로 건설업 침체를 꼽았다. 지난 2~3년 동안 건설투자가 전체 경제성장률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SOC 투자의 감축 기조가 이어진 게 원인이라 내다본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를 옥죈다는 이유로 부동산과 금융에 규제를 가했고 결국 분양경기가 나빠져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그나마 수출과 서비스업 개선 추세가 완만하게나마 유지되고 소비가 투자 증가세 둔화를 상당 부분 완충할 거라 예측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는 당초 30만 명 내외에서 20만 명대 중반으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더 적은 20만 명대 초반으로 또 줄였다.

한은과 KDI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결국 국내경제는 건설업의 투자가 줄어 큰 불황을 맞게 되겠지만 다른 산업이 크게 성장해 거시적으론 완만하게라도 성장을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건설업을 살피면 일자리 창출이 매우 적어질 거라 예상한 만큼 건설업은 물론 국내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건설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수가 16만 4000개였지만 지난 4월에는 3만 4000개로 급감했다. 올해 SOC 예산이 지난해 대비 3조 1000억 원 줄어 건설 일용직 일자리 3만206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가?
결국 건설업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건설업을 살려야 국내경제 역시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에 투자할 경우 높은 노동소득분배율로 결국 경제의 중심인 서민층이 탄탄해지게 된다. 물론 투자를 선행하면 곧바로 지표상 개선되지는 않는다. 건설업은 워낙 긴 침체를 맞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급성장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업에 투자를 할 경우 일자리가 대거 생기고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된다. 이는 벌써 과거 지표로 입증됐다.

지역 건설사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의무공동도급을 확대하거나 지역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충청권의 일부 건설사는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건설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성장을 이뤘지만 지역 내 건설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 외에도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을 통해 건설업의 기초를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결국 지역 건설사가 경쟁력을 갖추게 돼 전체 건설업의 경쟁력 역시 상승하게 된다.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4·27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보면 북한의 경제문호가 개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경제가 개방될 경우 건설업 역시 호황을 맞을 수 있다. 국내 경제는 물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건설업의 역할이 지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건설업에 대한 투자가 선행될 때의 이야기다. 건설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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