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이 났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민주당 쓰나미’ 그 자체였다. 선거막판까지 네거티브공방전이 이어지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공주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김정섭 후보가 승리했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진검승부를 펼치면서 사상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볼썽사나운 진흙탕싸움이 되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공주시민들은 김정섭을 선택했다. 모든 당선인들에게는 축하를, 낙선인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이번 선거가 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드러난 것이라면 김 당선인이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안으로의 평화를 모색하는 일이 당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갈라졌던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 서로에 대한 원망과 증오의 감정들을 화합과 소통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일이 당선인에게 주어진 과제다.

당장 코앞에 닥친 인사도 초미의 관심사다. 6월 말 공로연수 등 결원에 따른 5급 사무관 이상의 승진인사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오는 7월 1일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공식업무에 들어가는 김 당선인이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할 부분이다. 인사가 늦어지면 뒤숭숭한 조직분위기로 자칫 행정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민행정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4년의 가늠자라는 점에서도 녹녹치 않은 대목이다. 더구나 벌써부터 공직사회 줄 세우기와 ‘살생부’까지 나돈다는 소문에 산하기관장 내정설까지 파다해 민선시대의 악습인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공직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혁신인사’냐, ‘살생부 인사’냐의 향방에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로 특별히 강조했던 계약의 투명성 및 공정성 보장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간 측근 관리 실패로 낭패를 봐왔던 전례에 비춰 인?허가를 비롯 시설공사, 물품구입 및 제조, 용역관리 등 계약?회계 업무의 공평무사한 직무수행에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 후 측근과 소위 ‘선거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이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또 솔직히 선거판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후보를 돕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선거 이후 갈등을 빚고 끝내는 이들이 가장 먼저 등을 돌리고 하루아침에 적군으로 돌변한 예를 수없이 봐왔다는 점도 직시해야할 대목이다. 촛불민심이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다짐이 정의를 바로 세우고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있다면 김 당선인 스스로 적폐를 만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 당선인이 고향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나 그의 친구인 7급 퇴직 공무원의 포부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마다 소위 ‘시장 깜’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2급 공무원 생활을 한 김 당선인에게 7급이 ‘맞짱’을 뜨자고 벼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의 롱런을 위한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 당선인이 직시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아직은 그의 행정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마땅한 비판거리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흠결이 드러날 것이란 점에서 결점 보완을 위해 애써야 한다.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곳이 정치판이다. 분명한 것은 아군보다 적군은 늘어갈 것이다. 따라서 모두를 끌어안는 대화와 타협, 소통과 화합의 통 큰 상생의 리더십, 포용의 리더십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애초부터 정책선거를 표방했던 그다. 하지만 선거 내내 김 당선인은 네거티브 진앙지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적어도 지지자 등에 네거티브 자제를 호소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네거티브에 동조하고 방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지어 네거티브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면서 리더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성숙한 판단력을 의심받고 있다. 이후라도 정정당당하게 시정을 펼쳐줄 것을 소망한다.

선거 이후 여진도 넘어야할 산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남은 여진은 김 당선인을 내내 괴롭힐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4건의 고소 고발은 당선무효형 해당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벌써부터 보궐선거 대진표가 그려지고 있다. 남을 탓하기보다 모두 자신에게서 비롯됐음을 인식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4년이 박수로 끝날지, 비난으로 끝날지 오로지 김 당선인의 태도와 자세에 달려있다. 김정섭 호의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부디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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