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여전…다회용컵 사용 확대 기반 잘 안 갖춰져
환경부와 협약 맺은 커피전문점도 할인 안내도 않고 일회용컵 건네

#1. 대전시청 앞 커피전문점 골목, 직장인 김 모(34) 씨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한 지 1분도 채 안 돼 아이스커피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담겨 나왔다.

#2. 대학생 박 모(25) 씨는 습관적으로 음료를 주문하면서 테이크아웃 컵을 요구한다. 매장 안에서 음료를 다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습관인 거다. 이 컵은 매장 안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란과 맞물려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현장에선 규제 방안이 뿌리를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이번 일회용품 규제 단속 강화 이전에도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1994년 시행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그동안 약발이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테이크아웃 컵 반환제도 시행했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화 됐다.

법 10조에 따르면 테이크아웃(음료제품을 매장 밖으로 가져감)을 하겠다는 고객에게만 일회용 컵을 제공할 수 있으며 매장 내 고객 중 한 명이라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 원(33㎡ 미만)에서 최대 50만 원(333㎡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1년간 세 차례 적발 땐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단속·적발은 미미한 수준이고 대다수의 소비자와 커피전문점 운영자는 이 같은 규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지난 4월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란이 발생하자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 내용을 담은 대책을 내놨고 이와 맞물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 21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일회용 컵 사용 등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는 대신 매장에서 다회용 컵을 우선 제공하고 텀블러 등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호는 거창했지만 현장에선 공허한 메아리다. 협약 체결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대부분의 고객들이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즐기고 있다. 주문 매대 옆에 부착된 환경부 마크가 찍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포스터가 무색할 지경이다. 업체 직원이 주문을 받을 때 머그컵이나 개인 텀블러 사용 여부를 묻는 매장도 찾아보기 어렵다.

가맹점(매장)에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가맹본부와 정부가 자율 협약을 맺은 결과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는 “머그컵 파손 등에 따른 위험·불편이 있다. 특히 일회용 컵을 줄이려면 반대로 머그컵 등 다회용 컵 활용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회용 컵을 더 구입해야 하고 이를 유지(세척 등) 하는데 따른 아르바이트 비용이 더 추가된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이 모든 비용은 점주의 부담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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