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대망새의 통치 ⑤

“앗! 저, 저건 뭡니까?”
대망새가 흙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한 무리의 동물을 가리켰다. “말입니다. 주로 검맥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저놈들은 무리를 지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갑니다. 쉽게 잡을 수가 없지요.” 검맥질이 고향인 늙은 신료가 귀띔했다. 말은 대망새가 여지 것 본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빨랐다. 색깔은 엷은 적갈색에 갈기는 짧고 곧으며 중앙에 검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대망새는 동해바다 암각화에서 본 동물우리를 생각하고 말을 잡아 길러 보고 싶어졌다. “저 말을 잡읍시다!”

“저렇게 빠르고 큰 놈을 어떻게 잡습니까?” 신기한 말의 무리를 보고 호들갑을 떨던 신료들이 고자누룩해지며 바가나치를 바라보았다. 대망새는 슬쩍 웃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날아갈 것처럼 지축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말을 향해 뛰어가는 대망새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라기와 소리기가 대망새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

말이 달리는 속도는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동물보다 빨랐다. 특히 무리를 이끌며 선두로 달리는 말이 범상치 않았다. 적갈색 몸에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놈이었다. 대망새는 놈을 향해 바람살을 일으키며 달려갔다. 대망새가 말의 무리를 지나 선두로 달리는 놈에게 바짝 다가가자 놈은 더욱 속도를 높여 도망쳤다. 놈이 무리를 이끌 때는 대 여섯 발작 앞서 달려갔지만 도망칠 때는 무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드넓은 벌판 끝 지평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그러자 다른 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대망새도 속도를 높였다. 대망새가 달리고 있는 속도는 여태 한 번도 내 본적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대망새의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칼 소리를 냈다.

마침내 대망새가 놈을 따라 잡았다. 대망새는 놈의 하얀 갈기를 휘어잡고 훌쩍 올라탔다. 놈이 대망새를 떨어뜨리려 길길이 날뛰었다. 앞발을 하늘로 번쩍 들어 올리는가 하면 뒷발을 들어올리기도 하고, 몸을 좌우로 심하게 흔들기도 했다. 그래도 대망새가 떨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대망새는 갈기를 움켜쥐고 몸을 납작 엎드려 놈과 한 몸이 되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 순간 놈이 속도를 낮추고 한층 유순해졌다.

그리고는 천천히 달리다가 결국엔 숨을 씩씩거리며 멈추어 섰다. 대망새는 말의 목덜미를 토닥여 준 뒤 펄쩍 뛰어 내렸다. 그런데 놈이 도망치지 않는다. 놈은 오히려 힝힝 거리며 대망새의 몸에 머리를 비벼댔다. 대망새는 놈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조용히 비볐다. 이제 놈은 완전히 대망새의 것이 돼버린 것이다. 대망새가 흰 갈기의 말에 훌쩍 올라타고 다른 말들을 향해 달려갔다. 대장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말의 무리는 대장이 돌아오자 일제히 곁으로 모여 들었다. “바가나치. 결국엔 이놈을 길들이셨네요.”
소리기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흰 갈기의 말을 만지려 했다. 그러자 대망새의 말이 고개를 쳐들고 경계를 했다. “소리기, 배라기와 함께 다른 말에 올라 타봐!”

“그래도 될까? 이거 좀 무서운데?” 소리기가 주춤거리며 적갈색 다른 말의 갈기를 잡고 훌쩍 올라탔다. 그러자 말이 길길이 날뛰었다. 소리기는 대망새처럼 말의 갈기를 꼭 움켜쥐고 납작 엎드렸다. 한동안 소리기를 떨어뜨리려 하던 말은 흰 갈기의 말보다는 쉽게 포기를 하고 순순히 소리기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배라기, 너도 한 번 타 봐라!”

소리기가 으쓱대며 말하자 배라기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에 올라타려 했다. 그러자 말은 앞발을 번쩍 들어 배라기를 쓰러뜨렸다. “아니, 이놈이…….” 배라기는 약이 올라 말을 다시 타려했다. “배라기야, 잠시 기다려!”
대망새는 배라기가 타려던 말의 등에 올라타고 아주 가볍게 길을 들여 주었다. “……” 셋은 각자의 말에 올라 말의 무리를 이끌고 신료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