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연관 맺은 대상을 자신과 융합
자연과 삶에 대한 긍정의 詩心 담아내

 
 

젖이 돈다
메지구름 옷고름 풀어헤친다
바싹 타 들어가는 대지로
대못 치듯 내리 꽂히는 젖 줄기
벅찬 기운 목젖 깊이 적실 틈 없이
금세 잦아든다
겨우 얻은 공양젖 한 홉
그것은 뼈였구나
마른 물관 자작자작하게 적셔 주며
돌돌 말린 머위 잎을
비비 틀린 하늘나리 꽃대를 일으켜 세우는
단단한 정강이뼈였구나
휘모리장단에 잠시 입 맡긴 여름 한낮
단 젖 먹은 자리마다 훅 끼치는 젖 내음
비릿하다
아기동자꽃 그새 씨앗 한 톨 품는다
- 공양젖 한 홉 中

그의 시는 어떤 대상에게도 자기를 공유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대상을 끌어안는다. 등단 후 20여 년간 ‘어제 쓴 시보다 나은 오늘의 시’를 써내려온 김동준 시인이 시집 ‘공양젖 한 홉’(도서출판 불교문예)을 펴냈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시적 대상마다 자신이 화합해 하나가 되려는 ‘공유미학’을 창출한다. 불교와 연관 맺는 대상마다 긍정과 함께 대상을 공존의 영역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는 건 그런 연유가 있다.

그에게 불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시적 대상이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창구다. 이를 통해 자신이 찾아가는 수많은 사찰에 신뢰를 보내고 자신의 진면목을 확인하며 수많은 대상과 시공을 초월한 융화를 마다하지 않는다. 1~4부로 나뉜 시집은 모두 50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이규식 문학평론가는 “김동준 시인의 시적성찰의 표현과 품격은 괄목할만하다”며 “오랜 기간 산행을 통해 발 디뎠던 크고 작은 산사에서 축적시킨 자연과 삶에 대한 긍정, 외경의 시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넉넉한 시심(詩心)의 정화가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고향인 대전에서 문단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시인은 1998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시집 ‘우기의 시’, ‘줄기산행’, ‘물의 집’ 등이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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