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메운 응원 인파, 가득 채운 붉은 함성

대전 시민들이 지난 18일 으능정이 스카이로드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첫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김지현기자 , 송승기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첫 승을 기원하는 붉은악마와 대전시민의 뜨거운 응원 함성이 대전지역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6시부터 붉은 티를 입은 시민들이 길거리 응원을 위해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다 같이 응원하러 온 넥타이부대부터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악마 머리띠를 한 대학생, 아이들과 같이 나온 가족들까지 모두가 ‘12번째 선수’가 돼 대표팀의 첫 승을 기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으능정이 스카이로드는 순식간에 300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스카이로드에 펼쳐진 스크린을 통해 축구경기가 중계되자 돗자리를 피고 바닥에 누워 응원을 펼치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경기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대전 시민들이 지난 18일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첫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신성룡 기자

대전월드컵경기장엔 1만 명이 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대전의 함성으로 하늘을 물들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아래 붉은악마들이 모여들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먼 이국땅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관중석 시민들은 승리를 염원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대형 태극기를 펼쳤다.

대전 시민들이 지난 18일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첫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신성룡 기자

오후 9시 경기가 시작되자 붉은악마 대전지회 회원들은 앞장서 태극기를 흔들고 응원북을 신나게 두드리며 응원을 주도했다. 시민들은 하나가 돼 연신 ‘대한민국’을 외쳤으며 거대한 함성은 경기장을 넘어 밤거리로 울려퍼져 나갔다. 경기 초반 10분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등 잇단 대표팀의 분전으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몇 번의 득점 찬스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쥐어 짰다.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자 다소 어려운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던 시민들은 선수들의 선전에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저마다 경기 결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다시 열정을 담은 응원봉을 흔들며 긴장감이 도는 눈빛으로 경기를 응시했다.

대전 시민들이 지난 18일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첫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신성룡 기자

전반전부터 이어진 흥분의 열기는 후반전 들어 금새 수그러들었다. 후반 19분 스웨덴이 패널트킥을 얻자 응원석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고 입을 맞춘 듯 두 손을 모았다. ‘대한민국’과 ‘조현우’를 외치며 악몽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길 기원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반 27분경 이승우가 교체 투입되자 응원단은 새로운 기대감을 키웠지만 드라마틱한 결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는 졌지만 시민의식은 빛났다. 마지막까지 응원의 박수를 보낸 시민들은 주변정리를 깨끗하게 끝마치고 2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응원석을 떠났다.

거리응원을 처음 나왔다는 이 모(21·여) 씨는 “득점 기회가 있었는데도 골을 넣지 못해 속상했다”며 “앞으로 남은 경기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응원 온 김 모(45) 씨는 “스웨덴과 비교했을 때 멕시코와 독일이 더 버거운 상대임을 고려하면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붉은악마 대전지회 김민규 회장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기량이 올라 이길 것으로 봤는데 많이 아쉽다”며 “이번 경기 패배로 인해 2차전과 3차전 경기는 길거리 응원을 하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 꼭 길거리 응원이 아니더라도 붉은악마는 어디서든 태극전사를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선 조별예선 2·3차전 응원전이 이어진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송승기·김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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