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규 충남도농업기술원 양념채연구소장

 

고추, 마늘, 생강 등을 재배하는 현장에 다니면서 농민들과 상담해보면 “시들시들한데 생리장애인지 병인지 모르겠어요”, “농약은 무엇을 사용해야 하나요?”, “그동안 사용해왔던 농약은 효과가 떨어져요” 등 대부분이 병충해 방제 관련 농약사용에 대한 사항들이다. 토양 관리 방법에 대해 질문하면 “돈분발효퇴비·우분퇴비 넣고 깊이 갈아주면 2~3기작도 거뜬하다”고 답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밭 토양관리에 더 많은 홍보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토양은 물, 공기, 유기물 순환 등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며 인간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생활수준 향상으로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노령화, 도시개발 등으로 실농경지는 감소 추세이다. 근래에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여 토양관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의 토양은 과다한 시비, 부족한 유기질, 토양관리 방법의 미숙 등으로 지력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이다. 토양을 제대로 관리해야 소위 땅심이라 불리는 지력을 살리고 환경도 살리면서 건강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토양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뼈와 근육에 해당하는 흙의 입자(떼알구조)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공기를 잘 통하게 하고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에 관여한다. 통기와 수분보유 능력은 작물 뿌리뿐만 아니라 미생물, 지렁이 등 토양을 개량하는 생물의 서식에도 영향을 준다. 조상들은 깊이갈이를 통해 흙을 잘 섞어준다든지, 흙덩어리를 잘게 부수는 등 심토를 표토와 섞어줌으로써 흙 표면에 집중된 양분을 골고루 땅속에 넣는 효과와 통기성을 개선해 주는 효과를 거두었다. 더불어 퇴구비, 두엄 등의 유기질을 공급해야 한다. 화학비료의 등장으로 많이 위축되었으나 근래 들어 가축분뇨와 톱밥을 섞어 발효시킨 것, 낙엽과 산야초를 유용미생물을 접종하여 부숙시킨 후 이용하는 것 등이 늘어나고 있다.

흙에 부족한 석회를 넣어 토양을 중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석회의 주성분인 칼슘은 토양의 양분 보유능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녹비작물은 볏짚이 가진 물리성 개량 효과 이외에도 질소비료 대체 효과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마늘에 피해를 주는 뿌리응애, 선충 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돌려짓기와 휴경도 필요하다. 마늘과 고추는 한 자리에서 3~4년 재배하게 되면 병충해가 늘어나고 생산량도 감소한다. 휴경시에 녹비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유기물을 보충하여 토양의 체력을 유지해야한다.

인간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토양을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토양은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 같이 성장하며 병들고 죽는 생명체라는 인식을 농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경오염 부하를 낮추고 지속가능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올리는데 필수적인 토양관리 분야에 대한 투자와 푸른들 가꾸기 사업 등 정책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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