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일 눈물의 투쟁 컨테이너에 ‘98’번지 부여
도로명 현판 부착…“120만 손길 상징적 유산”

꺾이지 않은 ‘들풀’, 세종시 사랑의 일기연수원 옛 부지 컨테이너에 새 도로명주소와 명패가 부여됐다. 이 둥지에서 630일째 투쟁하고 있다. 세종=서중권 기자

‘들풀’의 생명력은 강했다.
모진 비바람과 찬 서리, 칼바람의 추위나 고통에도 이랑 곳 하지 않은 신념(信念). 꺾이지 않은 ‘들풀’이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외롭고 황량한 벌판에서 한 송이 ‘들꽃’을 피웠다.
지난 19일 세종사랑의 일기연수원 고진광 원장은 솟구치는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고 원장은 세종시가 발송한 시민의 ‘주권’을 두 손에 쥔 채 상념(想念)에 젖었다. 감격과 회한의 여정이다.

630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두 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한 그 시간들은 한마디로 ‘눈물’의 사연이었다.
그가 손에 쥔 것은 도로명 주소 고지와 현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남세종로 98이 새로운 주소명이다. 컨테이너에 단 현판<사진>은 그의 둥지인 것을 천명하는 인고(忍苦)의 선물이다.

고 원장이 현재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는 컨테이너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구 금석초등학교) 강제철거 당시 남아있었다.
따라서 고 원장의 행정 주소지로 사용돼 왔다. 이 주소지로 주민세 등 각종 납부금이 고지되어 납부해왔다. 우편물은 물론 사랑의 일기 연수원(구 금석초등학교) 과 관련한 환경개선 부담금도 고지돼 납부하고 있다.

이번에 치른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안내문도 배달됐다. 엄연한 세종특별자치시민의 거주지임에 틀림없다는 확증이다.
15년여 전,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금병로 670(구 금석초등학교)에 세워졌던 세종사랑의 일기연수원. 세계유일의 일기박물관이 강제철거 되면서 사라졌다

일기연수원이 철거된 후 단전과 단수, 기본적 생활혜택은 고사하고 극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컨테이너 생활을 극복했다. 한마디로 ‘땀과 눈물의 컨테이너’ 생활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던가, 이제는 이 구역의 토지정비로 인해 진입로마저 차단돼 컨테이너로 오가기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가 이곳을 떠날 수 없게 만든 것은 120만의 손길이다. 흙속에 묻혀 있는 일기장과 연수원의 각종 자료 등 소중한 기록문화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절박함이다.
“도로명과 명패에는 120만의 영혼이 깃든 상징적 의미도 있습니다. 이제 어엿한 시민의 권리도 부여받았습니다. 끝까지 연수원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고 원장의 눈가에는 비장함이 맺혔다.

꺾이지 않은 ‘들풀’. 들꽃을 피워 결실하기 까지 넘어야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사랑의 일기연수원 거쳐 간 수많은 인재들의 응원이 뜨겁다.
120만의 숨결이 깃든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들풀, 마침내 도로명 주소와 문패의 ‘들꽃이’ 피었다, 꺾이지 않고 핀 들풀의 향기가 진동하고 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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