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주거개선 대상지 선정
2018년 현재까지 계획 안나와
주민들 “地選 끝났으니…” 기대

소제지구 한 주택 담벼락에 붕괴 위험을 경고하는 글귀가 쓰여있다.

길게 뻗어 있는 ‘소제지구’로 향하는 언덕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지난 2006년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뒤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소제지구의 시계는 오랜 시간 멈춘 상태다.

20일 오전 11시경 대전 동구 소제지구로 향하는 언덕에는 몇몇 사람들만 지나다니고 있었고 양쪽 경사진 비탈엔 한 여름 땡볕을 받아낸 잡초가 무성하게 피어있었다. 포장된 도로를 걸어 올라갈수록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허름한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사람 손을 탄 텃발이 보인다. 언덕에 다다르자 짧게 포장된 보도블록이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도로 위 넝쿨이 쳐진 낡은 집들의 담벼락 앞에는 승용차가 즐비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집 앞 담벼락에는 ‘담장이 무너지니 주의하라’는 소제지구의 오늘을 닮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개발이라는 이름 이전의 소제동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적한 골목에는 가위질을 멈춘 미용실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기울어진 담벼락, 특별순찰구역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빛바랜 파란 대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옆으로 줄지어 이어진 전봇대 아래에는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 앞에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보행자 안내 표지판이 있었고 성인 한 명이 통행하기도 비좁아 보이는 긴 골목에는 그 흔한 CCTV 대신 담벼락 위에 꽂혀있는 유리 조각이 전부였다. 주민 A 씨는 “골목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몇 군데 있지만 아직 주인이 살고 있는 집도 있는데 밤에 가로등이 어둡게 켜진다. 도대체 주택개발은 언제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 씨의 낡은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보길과 동대전로131번길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도로에는 잘 정비된 횡단보도가 자리 잡고 있어 소제지구 주민들의 집 앞 움푹 꺼진 바닥과 유독 대비됐다. 그 횡단보도처럼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주민들은 희망했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20대 여성 B 씨는 “개발한다고 해놓고 십수년 간 진척된 것이 없다. 지방선거가 끝났으니 혹시 어떤 소식이 들릴지 기대해 보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동구 관계자는 “대전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재개발 사업 추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제동 미래길’ 담벼락 아래에는 들꽃들이 곳곳에 피어있다.

김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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