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관사’ 사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도지사 관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호화스럽다’는 지적을 받았고 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문과 맞물려 사법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곱지 않은 시선 속에 관사를 폐쇄 또는 매각하거나 공익적 성격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청사가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2012년 말 준공된 도지사 관사는 홍성 홍북읍 신경리 일원의 땅 2150㎡(650평)를 12억 1400만 원에 사들여 연면적 340.8㎡(103평) 규모로 지어졌다. 공사비로 6억 2800만 원이 들어갔다. 건물은 모두 4개동이며 관사공간이 231㎡(70평)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창고와 차고, 경비실이 각각 30~40㎡ 면적으로 들어섰다.
경비초소를 지나 관사 내부로 들어가면 먼저 회의실이 눈에 띈다. 기다란 책장과 책상, 의자가 있어서 20명 가까이 앉아 회의를 할 수 있다. 곳곳에 외부로 연결되는 문과 창문이 뚫려 있다. 게스트룸으로 쓰이는 듯한 별도의 건물 사이에 작은 인공연못이 있다. 지난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이 연못과 조경시설 등을 지적하며 “다녀온 사람들이 (관사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다고 말한다. 지사와 부인 두 사람이 사는데 이런 사치스러운 관사 운영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안방에는 두 개의 침대 매트리스가 놓였고 역시 바깥으로 이어지는 문이 나 있어서 정원을 오가도록 했다. 친환경소재인 ‘적삼목’으로 지은 이 관사를 청원경찰 3명이 12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며 지킨다. 관사 전기료와 상하수도, 가스요금 등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800만 원이 쓰였다. 연평균 1360만 원 꼴이다. 청경 인건비까지 더하면 연간 관사 운영관리에 드는 예산은 억대로 뛴다.
작년 국감장에서 관사의 규모와 내부시설, 공과금 등을 들어 호화롭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당시 안 지사는 “호화스럽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빈을 접촉할 수 있는 식당과 홀을 짓고 싶었는데 중앙정부 규제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관사는 도지사의 업무연장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호화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관사는 관치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용도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기철 충남도의원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충남을 포함해 7곳이다. 도내에선 공주시와 논산시만 운영 중이며 대부분 관사를 폐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할 지자체장이 관사를 사용하고 전기·가스 등 관리비까지 지원받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도 했다.
반면 기반시설이나 정주여건이 아직 완비되지 않은 내포신도시의 형편을 감안해 외부인사 접대 등 업무공간으로 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승조 당선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관사가 호화공관인지 여부는 도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도민의 말씀을 충분히 듣고서 관사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