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논설위원

 

김도운 논설위원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비롯해 각종 기념식장에서 남녀의 의상이 부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쉽게 얘기해서 남자는 양복을 입고, 여자는 한복을 입는 것이 보편화 됐다. 너무 일반화 되다보니 누구 하나 어색함을 지적하지 않고 관행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어색함과 부조화의 극치이다.

결혼식장의 경우, 신랑과 신부는 양복인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는다. 혼주인 양가 부모는 각각 아버지가 양복 정장, 어머니가 한복을 입는다. 행사의 주체인 6명의 의상이 제각각이다. 6명 중 4명이 서양식 예복을 입는데 양가 어머니만 한복을 입는 것이 대단히 조화롭지 못하다. 6명이 모두 한복을 입든, 모두 양복을 입든 한 가지로 통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백번 양보해 신랑과 신부는 양복을 입더라도 양가 부모가 같이 한복을 입는다면 그나마 덜 어색할 것 같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색한 부조화는 또 나타난다. 사회자가 신랑과 신부를 향해 양가 부모님을 차례로 찾아가 절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을 차례로 찾아가 인사를 드린다. 이 때 대부분의 신랑은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신부는 허리를 숙이는 인사를 한다. 부부가 함께 예를 갖추는데 한 사람은 큰절을 하고 한 사람은 인사를 하는 조화롭지 못한 예법이 세상천지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특히 하객들을 초청해 놓고 결혼식의 주인공인 혼주가 절을 받는 모습은 결례이다. 어찌 손님을 초대해놓고 손님 앞에서 자신이 절을 받는다는 말인가. 신랑신부에게 절을 받는 의식은 각자의 집에서 치르고 결혼식장에서는 오히려 혼주가 자신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하객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이 전통적 예법에 맞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손님 앞에서 본인이 절을 받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례이다.

장례식장을 가도 언밸런스의 상황은 비슷하다. 상주들이 전통적인 상복을 대신해 검은색 장례복을 입는 것이 보편화 됐다. 여기서도 남자는 양복을 입고 여자는 한복을 입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한복이든, 양복이든 한 가지로 맞춰 입는 것이 옳지 않을까. 대한민국 외에 세상 어느 나라에 가도 의식복으로 남녀가 자국 옷과 서양 옷을 엇갈려 입는 경우는 없다.

남녀의 의상이 양복과 한복으로 엇갈리는 것이 어디 결혼식과 장례식뿐인가. 격식을 갖춰야 하는 거의 모든 자리에서 남자는 양복을 입고, 여자는 한복을 입는 것이 일반화 됐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조화롭지 못한 이 의상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이 국가 원수 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거나 외국 방문단을 영접할 때도 이 같은 언밸런스 의상 착용법을 선보인다.

유심히 다른 나라의 국가 원수나 사절단 등의 의상 착용을 살펴보면 남녀가 함께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든지 아니면 함께 양복과 드레스로 조화를 맞춰 입는다.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국가 원수의 부인들이 남편의 의상에 맞춰 자국 고유 의상이 아닌 서양식 드레스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독 우리 대한민국만 엇갈려 입는다.

한국에서만 일반화 돼 있는 남성 양복, 여성 한복의 독특한 행사장 의상 착용이 남녀통일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이 양복인 드레스를 착용하는 방식도 좋겠지만 남성이 양복 대신 한복을 입는 방식으로 바뀌면 더 좋겠다. 특히 대통령이 국내외 행사에 참석할 때 부인과 함께 한복을 갖춰 입는다면 더 말할 나위 없겠다. 그러면 국민들도 각종 의식을 치를 때 행사복으로 한복을 착용하는 일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 중심의 서양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자국의 의식주 문화가 특수문화 취급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선도적으로 각종 행사장에서 부인과 함께 한복을 입는 일을 일반화해서 사회에 만연한 부조화도 바로 잡고 한국 고유의 의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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