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역량진단 1차평가 결과 지방대 열세 현실화
“룰 공정했나” 8월 최종평가 앞두고 감도는 전운
배재대, 1차평가 탈락 책임지고 총장 사의 표명

3년 전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잔상이 남아있는 걸까. 지난 20일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를 받아든 캠퍼스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단계 평가를 받아야 할 대학들이 1주기 평가 때와 다르지 않게 지방 소재 대학에 집중된 탓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당초 정책 목표와 달리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결과다. ▶관련기사 3면

지난 2015년 1주기 구조개혁평가 결과 당시 D~E 등급을 받은 수도권대는 11곳인데 반해 지방대는 충청 13곳, 대구·경북 2곳, 경남 1곳, 전라·제주 4곳, 강원 3곳 등으로 나왔다. 인원 감축도 수도권대가 35.9%, 지방대는 64.1%에 달했다. 지방대에선 즉각 ‘지방대 고사’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을 6개 등급으로 서열화한 것도 모자라 지방 교육 여건의 한계는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대학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생존 다툼 속에서 ‘신입생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목표로 수도권과 지방을 같은 기준에 묶고 비교하는 게 과연 ‘공정한 게임 룰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지적을 수용한 교육부는 2주기 평가부터 명칭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바꾸는 동시에 초점도 일방적인 정원감축 대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발전을 지원하는 쪽에 맞췄다. 전국 단위로 등급을 매긴 1주기와 달리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대학역량을 평가한 건 이런 우려를 받아들인 조치다. 그러나 20일 발표된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는 지난 1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일반대 기준 2단계 평가 대상 대학 40곳 중 서울 등 수도권은 5곳에 그친 반면 대구·경북·강원 9곳, 충청 9곳, 호남·제주 9곳, 부산·울산·경남 8곳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학 서열화와 지역 불균형 해소’를 2주기 평가 목표로 내세웠으나 다시 한 번 수도권 대학 중심의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는 “지금 결과를 봤을 때 역시 정원 감축의 상당수가 지방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평가 방법의 불합리한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현행 제도 하에선 문 닫는 지방대만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권역별로 치러진 1단계 평가에서 밀려 다시 피말리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2단계 평가 대상 대학들의 근심은 그래서 더 깊어지고 있다. 전국 대학과 경쟁하는 2단계 평가에선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 및 기여도, 재정·회계의 안정성 등 대학의 지속 가능성 유무를 서면과 현장진단을 통해 권역 구분 없이 평가받게 되는데 각종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방은 여기에 비해 교육환경이나 일반적인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에서 밀리는 현실에서 과연 몇 곳의 지방대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를 우려해서다.

이런 가운데 대학역량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대학에선 벌써부터 후폭풍이 불고 있다. 2단계 평가 대상 통보를 받은 배재대에선 21일 김영호 총장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교직원과 대학 구성원들이 충격에 빠졌다. 배재대 관계자는 “22일 이의신청 및 2단계 평가 준비 등 향후 일정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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