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이호근 교수

여름철 차량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보통 연간 발생하는 차량 화재의 25% 내외가 여름인 6~8월에 발생하고 있으며 1월~6월보다 7월~12월에 발생 빈도가 높다. 차량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과열의 원인으로 여름철 더운 날씨 덕분에 엔진룸의 온도가 보다 높게 올라가다 보니 각종 유압과 냉각수 호스 등이 헐거워지면서 누수나 누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화재의 여러 원인 중에는 라이터와 같이 폭발 위험성이 있는 물체를 대시보드 등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실내에 방치하는 것도 꼽을 수 있다. 무심코 두고 내린 탄산음료 캔도 한여름엔 심하게 부풀어 오르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기타 원인으로는 블랙박스나 네비게이션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네비게이션이 대부분 장착돼 나오지만 블랙박스는 아직도 100% 출고 후 장착이다.

그런데 최신 블랙박스는 시거 잭에 꽂아 주행 중에만 사고유무를 감시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차 중에도 충격이나 동작감지 기능 등을 통해 사고 발생 시 녹화가 이뤄지도록 돼있다. 즉 자동차 배터리의 상시전원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결국 설치 시 차량 내부의 전선이나 릴레이 또는 퓨즈로부터 블랙박스 전원을 연결하게 되는데 시거잭 타입에 들어 있는 자체 퓨즈를 생략하고 연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과열 시 화재로 연결되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는 늘 진동이 발생하고 있으며 부실하게 처리된 절연테이프는 차량을 오래 운행하다 보면 노출되면서 절연이 파괴될 수 있고 블랙박스 전선이 고열에 녹아 붙으며 주변에 있는 먼지나 기름때 혹은 플라스틱 재질 등과 같은 가연성 물질로 인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이 전소되는데 10분 미만의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스프레이 타입의 차량용 탈취제도 화기로 둔갑할 수 있다. 성분에 LP가스와 에탄올이 포함되어 있다. LP가스는 집에서 사용하는 것 보다 순도가 매우 높아서 스파크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불이 붙는다. 가스는 순간적으로 타 버리지만 문제는 같이 섞여 있던 에탄올이다. 에탄올이 통풍구 등의 내부 틈새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상태에서 LP가스가 순간적으로 온도를 올려주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다. 틈틈이 스며들어 연기가 피어올라서 차량 내부 전체를 물로 채우기 전에는 해결책이 없고 대부분 5분여 만에 차량을 전소시키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고자 질소가를 사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화재를 예방하고 혹은 발생한 화재에 안전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화기 비치가 필수다. 문제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소화기를 트렁크에 싣고 다닌다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할 정도의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의 문이 뒤틀려져서 열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소화기는 조그마한 것을 조수석 앞 보관함이나 콘솔박스 등에 넣어 두는 게 가장 좋다. 화재 예방을 떠나서 여름철에 에어컨 성능을 좋게 하려고 실내모드로 놓은 채 운전하는 분들이 많다. 위험하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졸음운전을 유발시킬 수 있으니 절대 삼가야 한다. 최소한 15분에 한번씩 1분 이상 외부모드로 전환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해야 하고 연속운전도 2시간 미만이어야 안전하다. 교대로 운전하면서 피곤하지 않다고 할 일이 아니다. 타이어가 과열로 인해 쉽게 노화되고 성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2시간에 한번씩 15분 이상 타이어를 식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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