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영훈 작가

오늘은 6월 25일, 동족상쟁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8돌을 맞는 날이다. 1953년 휴전이 됐지만 아직 전쟁의 상처가 깊던 1956년 대통령령 제1145호에 의해 제정된 현충일이 들어 있는 유월, 이 유월이 어느덧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해마다 유월이 오면 다른 어느 때보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그분들을 향해 옷깃을 여미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단군성조 이래 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민주화된 세상에서 행복을 누리며, 가족과 함께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신 분들을 추모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국영령은 누구인가? 멀게는 한반도에서 반만 년 동안 사력을 다해 나라를 지키면서 살아온 조상님들이시며, 일제강점기에는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던진 애국열사들이시다. 가깝게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쟁 중 산화한 영령들이시며, 더 가깝게는 지금도 일선에서 나라를 지키다 승화하는 군인,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다 유명을 달리하는 경찰, 재산과 목숨을 화마나 수마로부터 지켜주는 소방관 등이 그러한 분들이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 우리에게 행복한 ‘오늘’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 유월은 그들을 추모하고, 보훈의 뜻을 전하는 마음들이 전만 같지 못한 느낌이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예상되긴 했지만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침내 봇물이 터졌고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크게 활성화되는 바람에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급박해져 호국영령들을 생각하며 추모할 겨를도 없는 듯하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바람에 국민 대부분의 마음은 들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북미회담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쓰나미 현상을 보면서 견제세력 부재가 염려되고, 6월 14일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이번 유월은 과거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흘러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급박하게 돌아가도 잊어선 안 될 분들이 바로 호국영령들이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우리의 ‘현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 중 일부이긴 하지만 국가 안위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권력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아 정치를 하는 이들마저 현재의 영광을 누리게 해준 그분들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추모의 정을 표하기는커녕 자기 과시를 하거나 당리당략에만 몰두한다.

호국영령들을 예우하는 기준도 역대 정권에 따라 달랐었다고 하니 그게 정말인지 묻고 싶다. 하기는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에 대한 예우가 수학여행 중 사망한 세월호 학생들의 보상에도 미치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는 말이 가짜 뉴스처럼 떠돌아다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북한과의 연평해전으로 전사자가 나온 국가 비상사태에 국가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이 그들을 버려두고 일본으로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던 일도 떠오른다. 전사자에게 적절한 예우를 하기는커녕 보상 수준에 낙담하며 상처를 안고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유족도 있었다던데, 그것도 가짜 뉴스인지 진위를 알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꼭 기려야 할 호국영령들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몸 바친 분이나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분들,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 당한 분들, 그들은 영원히 기억돼야 할 호국영령으로 똑같은 기준에 따라 똑같은 예우를 하고 유족들에겐 위로와 함께 공평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유월은 가지만 그분들이 남긴 나라사랑정신, 호국의지는 영원히 우리 가슴속 깊이 남아야 한다. 작금의 남북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스럽게 관망하면서 유월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마음을 여기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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