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地選 보수 몰락 열흘 뒤 타계 씁쓸
충청 정가서도 평가 극과 극

 
출처: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에서의 보수 대참패에 큰 충격을 받은 걸까?’

‘풍운(風雲)의 정치인’, ‘영원한 2인자’로 불린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보수 진영의 몰락을 가져온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열흘 뒤인 지난 23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하자 충청 정가에선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JP의 공(功)보다는 과(過)에 부정적 평가를 내놓으며 반감을 표출, 극과 극으로 고인에 관한 감정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JP가 1995년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에서 JP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걸출한 지도자였고,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히 공헌한 유일한 인물이었다”라며 “보름 전 문병을 가서 손만 꼭 잡아드리고 왔는데 비보를 접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비통해 했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 상당)도 “항상 여유와 위트가 있는 정치를 추구하셨던 분으로, 정치가 각박한 데도 불구하고 항상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후배들에게 인상적이었고 모든 것을 원만하게 타결해가는 성품을 갖춘 분이셨다”라고 했고, 이인제 전 충남지사 후보는 “김 전 총리는 5·16을 주도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도와 산업혁명을 성공시켰고 민주화 과정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감당하셨다. 대통령은 되지 못하셨지만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셨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추도문을 발표, “김 전 총리님은 한국 현대사의 주역이자 풍운아셨다. 요즘처럼 국내 정세가 순탄치 않을 때 총리님의 경륜이 더욱 그리워진다. 총리님은 품격 있는 정치인이셨다. 문화와 예술을 생활화하셨다. 정치에도 풍류가 있다는 말씀을 실천하셨다. 총리님은 고향사랑은 물론 어떻게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국립현충원을 가시지 않고 고향인 부여에 묻히시겠다는 뜻은 충청인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 울림을 줄 것이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란 총리님의 말씀이 요즘 제 가슴을 울린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치인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긴다”라며 고인의 영면(永眠)을 기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박범계 대전시당 위원장(서구을)은 논평을 통해 “우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 전 총리의 별세를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5·16군사쿠데타, 한·일 국교 정상화, 9선의 국회의원, 두 차례의 국무총리, 신군부에 의한 권력형 부정축재자 낙인, 자민련 창당, 3김 시대 등 고인의 삶은 말 그대로 명암이 교차했다”라며 공과를 함께 거론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정치 역경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후대에 미루더라도 고인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은 “(JP에 대한) 모든 애도를 반대한다. 4·19혁명으로 열린 민주주의 가능성을 살해한 쿠데타의 주범, 30년 군부독재시대를 기획한 범죄자다. 그 수많은 민중의 고통과 죽음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역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4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려된 김 전 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김 전 총리에게 추서하는 안이 정부안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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