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됐던 생태축 연결 … 산림 복원, 민족정기 바로 세운다

산림청과 학계가 백두대간 복원에 나서며 2016년 11월 정령치(전북 남원 주천 고기) 구간을 복원했다. 사진은 복원 후 정령치 모습.
정령치 구간 복원 전 모습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다. 그동안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이름으로 배워온 탓에 지난 백년간 잊힌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백두대간이 한반도 고유의 인문·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요 강의 발원지가 모두 있는 생태계 보전의 핵심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잊혔던 시간동안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백두대간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욱이 생태적 복원 등의 미흡으로 지형과 경관 등에 대한 훼손이 더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다행히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단절 없이 이어진 우리 국토의 산줄기로서 백두대간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지난 백년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다시금 이름을 찾은 백두대간을 미래유산으로 존속시키기 위한 산림청의 노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5. 백두대간 복원에 나서다

2012년 11월 15일 끊어진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이 복원됐다. 단절된 이후 87년만의 일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국토골격을 형성하는 큰 산줄기다. 우리나라 육상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서식하는 생물 종다양성의 보고며 옛 고갯길, 전통사찰 등이 산재한 전통문화의 산실이다. 또 우리나라 주요 강의 발원지가 모두 있고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이동통로다. 즉, 산림생태계 보전의 핵심공간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일제강점기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훼손되기 시작해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는 개발사업 대상으로 훼손범위가 넓어졌다. 경제개발과정에서 도로개설, 채석 등의 이유로 훼손·단절지가 많이 발생했다. 생태축으로서의 기능회복을 위해 백두대간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산림청과 학계는 활발한 연구를 통해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백두대간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화령 구간 복원 전 모습

일제강점기에 훼손·단절된 백두대간을 연결·복원해 상징성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중심 생태축을 연결해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연속성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업으로 지난 2012년 11월 15일 끊어진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이 복원됐다. 단절된 이후 87년만의 일이다. 이화령은 백두대간의 본줄기(대간·大幹)로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를 잇는 고개다.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지역이며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도로개설로 단절됐다.

이화령 복원사업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백두대간 시민단체, 환경, 조경, 산림전문가와 향토 사학자 등 자문을 받아 그해 4월 설계를 완료하고 6개월의 공사를 거쳐 11월 준공했다. 단절된 이화령 고개에 연장 46m(폭 14m, 높이 10m) 터널을 만들고 터널상부를 단절되기 이전의 높이로 성토(해발 548m)한 후 수목을 식재하고 생태통로를 조성해 백두대간을 복원했다. 이화령 복원에 이어 이듬해 6월에는 육십령(전북 장수 장계 명덕) 구간을, 7월엔 벌재(경북 문경 동로 명전) 구간을, 2014년 6월엔 비조령(경북 상주 화남 동관) 구간을 복원했고 2016년 11월에는 정령치(전북 남원 주천 고기) 구간을, 지난해 10월에는 말티재(충북 보은 속리산 갈목) 구간을 복원했다.

단절 구간에 대한 복원은 훼손이전의 지형도와 과거 항공사진을 판독해 예전 능선형태의 지형에 최대한 유사한 형태를 띤다. 또 인근 식생과 생태 천이 진행과정을 고려해 자생식물을 심어 주변과 어울리도록 식생을 복원하고 있다. 아울러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터널형 생태통로를 설치해 로드킬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백두대간 종주 등산객의 산행환경을 개선·증진하는 등 보전과 이용의 조화에 노력하고 있다.

산림청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수립한 ‘한반도 핵심생태축 연결·복원계획’에 따라 오는 2021년까지 단절된 주요 생태축 50곳을 복원할 계획이다. 현재 작점고개(경북 김천 어모 능치)와 배티고개(경기 안성 금광 상중)에 대한 생태축 복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해미고개(충남 서산 해미 대곡), 질마재(충북 괴산 정안 문방) 등에 대한 복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산림청은 대규모 산림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복원 면적이 방대하거나 장기간 방치된 폐광산 등 높은 기술수준과 특수공법이 필요한 지역을 복원해 산림 건강성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2012년 경북 영주 하망 철탄산 일원을 복원한데 이어 채석지와 산불피해지, 폐광지 등에 대한 대규모 산림복원을 완료했다.

산림청은 백두대간과 대규모 산림복원은 물론 DMZ 일원까지 훼손된 산림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해 산림 고유기능 유지와 산림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한반도 핵심생태축인 민북지역과 백두대간 내 산림훼손지역, 정맥·도서해안지역 훼손산림, 그 외 생활권 주변, 재해 피해지 등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하고 재해예방과 단편적인 식생복원 위주에서 벗어나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고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복원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관련사업 확대와 제도정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훼손유형에 따른 복원방안과 기술을 정립하고 생태복원 성공모델을 만들어 널리 확산하는 한편 생태복원이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과업인 만큼 장기적인 전략아래 사업기획에서 모니터링까지 사후관리를 포함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또 사업대상지가 다수의 법률에 의해 행위가 제한되는 곳이 많아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통해 원활하게 사업이 이행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끝>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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