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김만구 박사

지난 2월 이후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증가 수가 5월엔 7만 2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실업률 또한 10.5%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라 한다. 정부는 그래도 최저 임금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자찬하고 고용참사 비판의 귀를 막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2020년 1월에는 50인 이상,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으로 확대된다. 올해부터 3년 내에 최대 법정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근로시간 단축 위반 처벌을 14일에서 연말까지 유예한다고 하여 한숨은 돌렸지만 이 기간에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은 8년간에 걸쳐 4시간, 프랑스는 16년간에 걸쳐 4시간, 독일은 29년간에 걸쳐 5시간을 단축했다는 외국 사례에 비추어 봐도 이번 조치는 너무나 급박하다. 과연 우리 정부와 기업의 준비가 충분한 지를 판단해야 한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시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공사비 상승분을 보전하는 과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다. 수주 시점에서 계약을 통해 사실상 수익구조가 확정되는데, 시설물의 완성 이전에 근로시간 단축과 같이 사업자 귀책사유가 아닌 변동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계약변경을 통한 공사비 보전이 필요하다.

현행 건설사업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면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현장 단위별로 운영하고 있어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 건설현장에서는 날씨나 계절적 요인에 따른 근로시간의 편차도 크고 공정의 특성상 한 개의 공사현장에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이 협력하여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업의 상시 근로자 수가 아니라 현장규모를 기준으로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달리 정해야 하는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게 되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근로자의 기존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직접노무비는 평균 8.9%, 간접노무비는 평균 12.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총공사비는 평균 4.3%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경영상태가 열악한 건설업체들이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임금을 계속 유지하면서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미 계약된 국내 모든 건설현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일부 신규인력의 충원이 있더라도 기존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7월 이후 발주되는 신규공사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정 공기와 공사비 산정기준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간에 기존 공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기존의 공공공사에 한해서라도 굳이 7월부터 적용하겠다면 국가계약법령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항목을 마련하여 공사비 상승분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단계적 도입도 철저한 보완책을 준비해 가면서 속도조절과 함께 건설산업의 특성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근무시간 단축제도의 정착을 위한 기반 환경과 제도를 정비한 다음 시행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번 정부가 6개월 계도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다. 유예기간에 제도의 취지를 극대화 하면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여 주 52시간 근무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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