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를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있다. 아마도 이 진리를 부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늘어놓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정말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선거 때만 국민의 심부름꾼, 국민의 대변자, 국민의 종이지 선거가 끝나면 바로 온갖 권력을 거머쥐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치혐오 내지는 정치무관심에 빠지기도 한다.

이번 6·13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선거에서 참패한 보수야당들은 보수의 몰락이니, 국민의 심판이니 하면서 잔뜩 몸을 낮추고 있고 승리한 집권여당도 국민의 승리니 자만하지 않겠다니 하면서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승리한 후보나 패배한 후보나 정말 자신들이 말하는 대로 국민을 생각하기나 하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고 하면서 당 대표직까지 내려놓은 보수 야당의 대표는 사퇴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은 하지만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는 망발을 늘어놓는다.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주인이라고 헌법은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주인의 심부름꾼이 주인으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운운하는 것은 아직도 주인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은 한 개인의 나라도, 한 정당의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 나라가 자신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보다 더 진중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집권여당의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텐데도 믿음을 보내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 지켜야 할 약속들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지만 국정의 중심에 늘 국민을 놓고 생각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나아가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주인만을 바라보고 가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말이다. 그런데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주인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니 대관절 어디로 넘어갔다는 말인가? 이 나라가 자신의 것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아닌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다. 그러기에 국민은 자신을 잘 대변해 줄 사람, 자신을 대신해서 심부름을 가장 잘 해 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 캠페인 중에 투표가 바로 국가사업, 지방사업, 국회사무를 결재하는 것이라는 광고가 있었다. 어떤 후보,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그가 바로 내 생각이나 내 바램을 가장 잘 대변해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선거기간 동안 열심히 국민들을 대신하여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했지만 어떤 이는 선택을 받았고, 어떤 이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주인이 누구를 선택했든지 간에 자신을 대신할 심부름꾼을 뽑은 것이다. 그리고 7월이면 선택을 받은 이들이 주인이 위임한 4년 임기동안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자신의 당이 승리했다고 도취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주인은 심부름꾼이 제대로 안 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절대로 우매하지 않다. 잠시 승리에 도취되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다면 지금의 승리가 4년 뒤에는 준엄한 심판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6·13지방 선거를 통해 당선된 모든 이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주인을 잘 섬기는 공복이 되길 바란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아브라함 링컨의 케디즈버그 연설처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이들이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것을 성실히 지키고 국민을 주인으로 잘 섬긴다면 결코 주인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다. 샬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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