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근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교수

 
송봉근 교수

현대 사회는 속도(Speed)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은 하루가 다르게 처리 속도가 빠른 신제품이 계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고, 홈쇼핑과 통신판매 회사들은 대부분 상품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받을 수 있도록 초스피드로 배송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꾸준히 성능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판단하면 속도를 줄인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며, 모든 면에서 퇴보를 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다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배경에는 운전자가 속도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고발생률, 사상자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속운전을 하게 되면, 운전자의 감각과 판단능력이 저하되고, 돌발 사태에 대한 인지도 늦어지게 되며, 또한 정지거리가 길어져서 앞차를 추돌하던가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커브지점 통과 시에 원심력이 커져서 진로를 이탈하거나 중앙선을 넘게 되어 대형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속도 제일주의는 높은 보행자 사고율을 보이고 있다. 2016년도 우리나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171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4292명의 39.9%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중이 20% 내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후진국형 교통사고라 불리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60㎞일 때 중상가능성은 92.6% 이상인 데 반해, 속도를 시속 50㎞로 줄이면 72.7% 이하로 보행자 중상가능성이 20%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선진국들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자동차의 도심 제한속도를 줄이고 있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는 시속 30~50㎞,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30~70㎞, 미국 40~64㎞, 영국 48㎞, 덴마크, 벨기에,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터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은 50㎞로 대부분 자동차의 도심 제한속도를 5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정책으로 제안하는 '도심 간선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 이면도로에서의 제한속도는 30㎞'로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자는 ‘50-30 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중앙선 침범, 교차로, 커브길, 보행자 사고 등 여러 형태의 교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교통상황에 맞는 속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빨리 가고보자는 서두르는 심리가 결국 교통사고 다발국이 된 배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교통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이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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